영국의 스타트업 낫싱이 첫 번째 스마트폰 ‘폰 원(1)’을 공개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기대감을 모았던 제품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는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을 모은다.
낫싱은 13일 영국 런던에서 라이브스트리밍 이벤트를 열고 ‘폰 원’을 내놓았다. 낫싱은 폰 원에 대해 “혁신적인 글리프 인터페이스, 5000만 화소 듀얼 카메라, 향상된 낫싱 운영체제(OS), 120㎐ OLED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 778G+ 칩셋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399파운드(약 62만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20만대 이상의 사전 주문이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칼 페이 낫싱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폰 원을 친구와 가족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기본 신념이 우리가 많이 지나온 길을 벗어나 직관에 귀 기울여 정체된 업계에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낫싱은 폰 원에 ‘시스루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성능 상향 평준화로 차별점이 점점 사라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도 이게 통할지 기대감을 갖고 본다. 낫싱은 일반적인 휴대폰 제조사들이 신제품 출시 전까지 디자인, 사양 등을 숨기는 것과 달리 대대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모습을 드러낸 폰 원은 실제로 투명한 뒷면을 통해 부품을 훤히 볼 수 있는 형태다. 카메라 주변과 중간 부분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900개를 배치한 게 차별화 포인트다. 전화가 오면 LED 불빛이 반짝거린다. 100% 재생 알루미늄 소재인 프레임을 채택해 재활용 소재 비율을 높였다. 이것도 친환경 제품에 관심 많은 이용자에게 차별점이 될 전망이다.
폰 원은 21일부터 영국 유럽 일본 등 40여개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해외직구 방식으로 구매 가능할 전망이다. 낫싱은 한국에서 MZ세대를 집중 공략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폰인데다가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중간요금제 호재’도 겹쳤다. 다음 달에 이동통신 3사는 5G 중간요금제를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중간요금제 출시에 맞춰 중저가폰 수요도 확대할 것으로 관측돼 폰 원으로서는 긍정적인 시장 흐름을 탈 수 있다.
다만 애플을 제외한 외산폰이 한국 시장에서 늘 고전해왔다는 점은 실패 가능성을 높이는 ‘상수’다. 샤오미, 모토로라 등 기존 스마트폰 업체들은 한국에서 별다른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올해 기준으로 1%대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독특한 디자인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구매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한국 시장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의 차별점이 없으면 단순한 관심에서 끝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