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통신조회’ 소송 첫 변론… 법원 “왜 조회 필요했나 설명해야”

입력 2022-07-13 17: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과 관련해 변호사 단체가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첫 재판에서 재판부가 공수처를 향해 통신조회 목적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전경호 판사는 13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원고 측 소송제기 이유를 들은 뒤 피고 측에 “공수처의 수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통신조회가 왜 필요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김태훈 명예회장 등 한변 소속 변호사 6명은 지난 2월 “공수처의 통신조회가 다수의 선량한 일반 국민들에게 위압감과 불안감을 불러왔다”며 지난 2월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공수처 측 대리인은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공익의 목적이 커서 적법하다는 전제가 있다”면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목적 등이 밝혀져 외부에 유출될 경우 진행 중인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공수처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서도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임의수사 중 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재판부는 이에 “수사 중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공개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어떤 범죄가 있어서 그 수사를 하게 됐고, 원고들은 어떤 관련성이 있어서 (통신조회를) 하게 됐는지 피고가 밝혀야 할 것 같다”고 재차 주문했다.

공수처 측은 통신자료 조회를 왜 했는지 등에 대해 외부에 수사 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재판부에만 자료를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원고 측은 “재판부에만 관련 자료를 보여주면 원고 측은 다툴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고 반박하며 재판부에 문서 제출 명령을 신청했다.

지난해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언론인과 가족을 대상으로도 이뤄져 사실상 불법 사찰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맞섰었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9월 7일 열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