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준 대가로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대장동 컨소시엄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관련 내용을 거듭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 등 3명의 1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10차 공판에 이어 이날도 증인석에 오른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공모 사업 당시 호반건설 회장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자고 제안한 사실을 알고 있나’라는 검찰 측 물음에 묻자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지난해 9∼10월 무렵 (대장동 컨소시엄 관련) 기사가 나왔을 때 무슨 얘긴지 이해하는 데만 3~4일이 걸렸다. 제가 컨소시엄과 관련해 뭘 했다는 얘기가 기사로 나오는데 무슨 얘긴지 도저히 감을 못 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며칠 뒤에야 ‘내가 이런 일을 했다고 의심하는구나’ 하고 파악했다”고도 했다.
또한 “(검찰이) 내가 하나은행 누군가에게 가서 (청탁했다는 취지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하나은행 관계자 중에 한 사람도 제 이름을 알거나 이야기한다는 것이 기록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이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함께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구성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도 거듭 “모른다”면서 “저한테 왜 의심을 두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를 만났다거나 제가 (컨소시엄 관련) 활동을 하고 다녔다고 말하는 분이 있으면 차라리 얘기하기 좋을 것 같다”며 “남들 간에 있던 일을 두고 제가 무언가를 한 것처럼 얘기하니 저도 답답해 죽겠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해 1시간 이상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 아무 관련 없는 사업계획서를 가져와서 설명했다고 하니 뭐라고 답변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상도형(곽 전 의원)이 연락해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탈을 막았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김씨도 (법정에서) 농담이라고 했다. 제가 관여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하나도 없다”고 했다.
곽 전 의원은 이어 “하나은행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청탁했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해달라”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 때문에 수사대상이 됐다. 그런 제가 (그 시기에) 돈을 요구했다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곽 전 의원은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 자료 등을 바탕으로 검찰의 신문에 적극 반박하다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지 말고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과정 등에 도움을 주고,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 씨를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성과급 등 50억원(세후 약 25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 기소됐다.
김씨와 남욱 변호사도 곽 전 의원에게 뇌물과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이날 변론이 분리돼 다른 두 사람에 대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