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10.2%로 기록한 허위 보고서가 떠돌았다. CPI를 집계하는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즉각 ‘허위 자료’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13일(한국시간) 마감된 뉴욕 증권시장을 한때 공포로 몰아넣었다.
코디 파킨슨 노동통계국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내고 “온라인상에 유포된 6월 CPI 보고서를 허위 자료로 파악하고 있다”며 “6월 CPI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3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워싱턴DC에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위 자료에 즉각 대응한 노동통계국의 성명 발표는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경제지표와 관련해 잘못된 숫자를 사전에 부인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10.2%로 기록한 자료를 방관할 수 없을 만큼 미국의 인플레이션 공포는 정점에 이르렀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을 종합해 6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8.8%로 제시했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40년7개월 만에 최고 기록인 동시에 5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인 8.6%를 상회하는 숫자다.
상승률을 8%대만 유지해도 선방한 편에 속할 수 있다. 스위스 UBS와 독일 도이체방크 같은 국제 투자은행들은 상승률을 9%대로 예상했다. 여기에 카린 장 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6월 CPI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해 시장의 공포를 키웠다. 피에르 대변인은 “이미 지나간 시점에 대한 자료”라고 시장을 다독였다.
6월 CPI에 대한 허위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유포됐다. 월스트리트의 전망치인 8%대 후반, 혹은 9%대도 아닌 10%대로 기록된 이 자료는 노동통계국 보도자료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로 인해 시장은 노동통계국에서 사전에 유출된 정보로 보고 장중 한때 지수를 흔들었다.
블룸버그는 “허위 보고서가 SNS에 떠돌 무렵 주가는 장중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가 일제히 장중 최저치로 떨어진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4시30분 전후다. 본장 폐장을 30분 앞둔 시점이었다. 블룸버그는 “허위 자료가 CPI 보고서 형식을 모방했지만 날짜를 포함한 숫자나 차트가 달랐다”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