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공천한 게 자신의 가장 큰 책임이라면서 이 의원이 정치보복 수사를 막기 위해 이른바 ‘방탄용 출마’를 한 것이라고 비판해 파장이 예상된다.
박 전 위원장은 12일 YTN에 출연해 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인사가 전당대회에 나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물론 저도 책임이 있다. 이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공천한 것이 가장 큰 책임”이라며 “(대선)후보였던 분을 차마 말릴 수 없었던 것, 그것이 아직까지도 많이 아쉬움이 남고 후회가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마를 허용한, 지금까지 나와 있는 분들(전당대회 출마의사를 밝힌 인사)도 다 책임의 소지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지방선거 전부터 ‘개혁과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이 이야기가 당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개혁과 쇄신을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책임을 지는 방식이겠다 판단해서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박 전 위원장은 “다들 알고 계시는 거겠지만 윤석열정부의 정치보복을 막기 위해 ‘방탄용’의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려는 이유도 비슷한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당원이 자택까지 찾아온 일과 관련해 “선거 유세할 때도 적지 않은 충돌이 있었는데 이렇게 집 주소까지 알아내서 찾아오신 걸 보고 사실 많이 놀랐다”며 “그래서 이사를 해야 될 것 같아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에 만난 당외 인사가 ‘그렇게 꼭 민주당 안에서 욕먹으면서 있어야 하냐. 민주당 밖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창당하려고 하는데 같이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주시기도 했다”며 신당 창당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분이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 일단 거절한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당원이 된 지 6개월이 되지 않아 당헌·당규상 ‘당대표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출마가 불허됐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은 후보 등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저에 대한 예외 적용을) 당무회의 정식 안건으로 올려 달라고 계속해서 말씀드리고 있다”며 “저는 이 자체(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하는 것)가 기득권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도전을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꼭 제 욕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청년정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가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전대 출마가 끝내 좌절될 경우 2년 후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너무 어려운 일이겠지만 결국 정치를 하려면 국회에 들어가야 된다고 주변에서 많이 말씀해 주신다”며 “(총선에) 도전해볼 의향은 가지고 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