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주식 열풍에 편승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MZ세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긴축 기조 탓에 증시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손실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여윳돈이 아닌 사내대출로 매입 자금을 조달한 이들은 되레 빚더미에 올라 연일 좌불안석이다.
국내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4년차 직장인 A씨(31)는 지난해 초 자사주 30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당시 주가는 산업 특수와 글로벌 양적완화 등에 힘입어 1년 만에 5배 이상 폭등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문제는 A씨가 자사주 매수 자금을 사내대출로 조달했다는 것이다. 당시 A씨 회사는 저금리 사내대출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며 적극 홍보해 A씨 외에도 많은 직원들이 자사주 매수에 나섰다고 한다. A씨는 “당시에는 주식은 물론이고 자사주도 ‘사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달아오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주가가 급락세를 띄며 최근엔 기대감은커녕 불안감이 더 크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3만원대 중반으로, 매입가(4만원)보다도 낮아진 상태다. 평가손과 빚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사실상 대출까지 권유하며 자사주 매입을 독려한 탓에 곤혹을 치른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일부 임원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을 권유하며 대출상품을 안내했다가 직원들의 눈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IPO 열풍을 틈타 공모 과정에서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이들의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공모가를 하회하기 시작해 12일 기준 공모가 대비 23.1% 떨어진 3만원에 거래 중이다. 증권신고서를 보면 전체 공모 주식 6545만주의 20%인 1309만주가 우리사주에 배정됐다. 1인당 평균 1만2900주(5약 5억300만원)를 받은 셈이다. 이날 기준 평가손실만 1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카카오페이도 공모가가 9만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3분의 2토막 가까이 난 6만5200원에 불과하다. 카카오페이 우리사주는 직원 1명당 평균 4005주(약 3억6000만원어치)가 배정됐다. 평가손실이 1억원을 넘어선다. 게임 제작업체 크래프톤의 경우 상장 첫날 시초가(44만8500원)부터가 공모가(49만8000원)에 미치지 못해 직원들이 속앓이를 했다고 전해졌다. 현재 주가는 반토막도 되지 않는 23만7000원이다.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은 주식을 팔지도 못한 채 내려가는 주가를 지켜만 보고 있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으면 퇴사하지 않는 한 1년간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공모가 대비 배가 넘는 평가수익을 올렸던 카카오뱅크(141.0%) 카카오페이(176.1%) 등 직원들의 속이 특히 쓰릴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