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 기술의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초광대역(UWB·Ultra-Wideband)의 상용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UWB 기술은 고주파수에서 전파를 통해 작동하는 단거리 무선통신 프로토콜이다. 매우 정밀한 공간 인식과 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모바일 기기가 주변 환경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작동한다. 안전한 원격결제, 디지털 키 등의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센치미터(cm) 단위로 공간을 탐색할 수 있어서 자동차 주차 위치, 반려견 위치 탐색 등에도 활용 가능하다.
NXP반도체는 삼성전자, 네덜란드 ING은행과 업계 최초로 UWB 기반의 개인간 거래(P2P) 결제 앱 프로젝트 ‘니어(NEAR)’의 시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2대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근처에 있을 때 ING의 뱅킹 앱을 이용해 서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송금 방식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UWB 기술을 적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두 사용자를 직접 연결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가까운 거리에 있기만 하면, 더 빠르고 안전한 P2P 결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UWB 기술을 상용화하면 쇼핑을 할 때에도 스마트폰으로 간편한 결제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UWB 기술이 각종 열쇠를 대체하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출발은 자동차 열쇠다. 삼성전자, 애플은 자동차 업체들과 협업해 스마트폰이 자동차 열쇠를 대체하는 ‘디지털 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네시스 G90(2021년 12월 이후 출시 모델), GV60(2021년 9월 이후), 현대 펠리세이드(2022년 5월 이후), 기아 니로(2022년 1월 이후), BMW 1~8시리즈, X5, X5 M, X6, X6 M, X7, Z4, iX3, iX, i4(2020년 7월 이후) 등에 디지털키를 지원하고 있다. UWB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S22 플러스·울트라, S21 플러스·울트라, 노트20 울트라, Z폴드2, Z폴드3 사용자는 디지털 키를 이용해 차문을 열고 닫거나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또 스마트싱스(SmartThings) 앱과 연동하는 도어락을 활용하면 삼성페이로 간단한 조작을 통해 편리하게 집을 출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에 삼성패스 서비스를 삼성페이에 통합했다.
애플도 아이폰11부터 UWB를 지원하는 U1 칩을 적용했고 BMW, 현대차, 기아 등의 일부 차종에서 디지털 키를 지원하고 있다.
UWB는 위치 추척에도 쓰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태그 플러스, 애플은 에어태그를 각각 판매 중이다. UWB 기반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 반려견 목걸이에 부착하거나, 수화물 등의 위치를 추척할 수 있다. 단, 개인정보 유출로 스토킹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