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매매 현장에서 여성의 알몸을 동의없이 촬영해 단체 채팅방에 공유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측이 해당 경찰을 처벌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12일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은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채증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사진은 수사기록에 증거로 편철되지 않았다. 위법한 채증활동과 수사관행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10일 알몸 상태로 담배를 피우던 성매매 여성을 목격한 경찰은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여성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 여성은 사진 삭제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증거 자료라며 거부했다. 이후 이 사진이 경찰관 10여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공유됐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공감 측은 “성매매 여성의 알몸 사진이 성매매 행위에 관한 증거가 아니라는 것을 경찰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몸 사진을 수사기록에 넣지 않은 것”이라면서 “알몸 촬영이 인권 침해 문제로 거론되자 수사행위로 정당화하기 위해 뒤늦게 수사기록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촬영했고, 그 촬영물을 다수의 합동단속팀원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공유했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알몸을 촬영 당한 성매매 여성은 모멸감에 더하여 촬영물 유포에 대한 불안, 공포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성매매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하여 함부로 촬영 당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고 강조하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알몸 촬영은 수사기관에서 해도 되는 적법한 수사행위가 아니며, 단속과정에서 해도 되는 적법한 채증활동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감 소속 김지혜 변호사는 “성매매 여성의 알몸 촬영은 수사권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며 “수사과정에서 신체에 대한 촬영 및 그 촬영물 보관, 관리 관련 촬영 대상자의 일반적 인격권, 성적 자기 결정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인권위가 경찰총장에게 경찰관의 촬영물 보관·관리에 있어 책임 있는 자들을 징계하도록 권고하는 동시에 검찰총장에게는 이번 알몸 촬영 관련 ‘성폭력처벌법’ 제 14조 위반 혐의가 있었는지 수사를 의뢰하고 고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인권위에 ▲성매매 단속·수사시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수사기관이 보관중인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물 영구 삭제 및 폐기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물 공유과정에서 위법 소지 수사 ▲지휘감독 책임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알몸 사진이 찍힌 피해 여성도 참석했다. 그는 “이번 일은 내 개인만의 문제일 뿐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라며 “불법 촬영을 한 경찰관을 엄밀히 수사해 처벌하고 동의없이 촬영한 자신의 알몸 사진을 모두 영구 삭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