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증장애인 가족이 잇달아 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시도하는 비극적 사건 이후 삼각지역에 마련된 분향소가 49재 추모식을 마지막으로 철거됐다. 장애인단체들은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는 이날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분향소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49재를 지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승려 12명은 극락왕생을 기념하는 염불을 진행했다. 부모연대 회원 80여명은 분향소 앞 제사상에 국화꽃을 헌화했다. 제사를 마친 뒤 분향소를 자진 철거했다.
이 분향소는 지난 5월 26일 설치됐다. 앞서 5월 2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를 앓던 6세 아들과 함께 투신해 숨졌고, 같은 날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도 30년간 돌보던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실패한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일이 있었다.
단체는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인 전쟁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조계종·원불교·천도교·천주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와 함께 ‘5대 종단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부모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혹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며 “죽음의 절벽 앞에 선 이들에게 정부는 지금까지 어떠한 희망이 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한 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계속해서 죽음의 낭떠러지로 떠밀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지원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해야 하는 부모들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집무실 인근에 분향소를 설치했음에도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인사는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국가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사과하고, 발달장애인 참사를 끝내기 위해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