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궁중잔치 ‘임인진연’, 120년 만에 재현

입력 2022-07-12 14:09 수정 2022-07-12 14:18
국립국악원이 오는 8월 12∼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리는 ‘임인진연’ 포스터.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 잔치가 120년 만에 처음으로 공연으로 재현된다. 국립국악원은 1902년 거행된 ‘임인진연’을 오는 8월 12∼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고 12일 밝혔다.

임인진연은 고종 즉위 40주년이던 1902년(임인년) 12월 7일(음력 11월 8일) 덕수궁 관명전에서 거행된 진연(進宴·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다. 급변하는 개화기에 국제적으로는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드러내는 국가의례를 통해 대한제국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미를 띄었다. 고종은 세자와 문무백관의 진연 개최 요구에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들어 네 차례 거절 끝에 윤허하면서 비용과 인원을 최소화해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진연은 크게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적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 황태자비, 좌우명부, 종친 등이 함께한 일종의 궁중 내부 행사인 ‘내진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공연은 예술적 측면이 강한 내진연을 80분짜리 무대 공연으로 되살린다.

국립국악원이 12일 덕수궁 정관헌에서 가진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유정숙 무용단 예술감독(왼쪽부터),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박동우 연출 및 무대미술가, 이상원 정악단 예술감독. 국립국악원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이날 덕수궁 정관헌에서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올해 임인년을 맞아 대한제국의 임인진연을 중심으로 궁중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면서 “궁중 잔치는 음악·의례·무용 등 그 시대 문화예술 중 가장 세련된 것들이 모이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을 위해 임인진연의 상세한 내용이 기록된 문서인 ‘진연의궤’와 병풍화 ‘임인진연도병’ 등 기록 유산들을 바탕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은 이번에 궁중무용으로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가인전목단, 향령무, 선유락을 선보인다. 그리고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황제의 등·퇴장에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로 연주된 보허자를 비롯해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헌천수 등 황제의 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궁중음악을 연주한다.

연출과 무대미술은 뮤지컬 ‘명성황후’ ‘서편제’ 등 국내 공연계에서 오랫동안 무대미술을 해온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박동우 교수는 이번 공연에서 객석을 황제의 어좌(御座)로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국립국악원은 8월 예악당 공연 이후에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협의를 거쳐 120년 전 임인진연이 실제로 열린 덕수궁 안에서 다시 재현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