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교회가 위험하다…중국 공산당의 다음 표적?

입력 2022-07-11 17:31 수정 2022-07-11 17:38
홍콩 시민들이 2019년 9월 시내에 모여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일보 자료사진

홍콩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 위협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반정부단체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탓이다. 중국발 ‘디지털 종교 박해’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으로 급속도로 퍼지면서 선교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1일 영국의 프리미어 크리스천뉴스 등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인 ‘홍콩워치’의 공동 설립자인 베네딕트 로저스는 최근 “중국 공산당이 언론·표현·집회의 자유를 통제하면서 이제 종교나 신앙의 자유에 대한 간섭이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며 “교회가 점점 더 표적이 되고 있다는 초기 징후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홍콩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정치범은 약 800명에 이르며, 그 중 많은 수가 기독교인”이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홍콩의 종교박해 위협은 홍콩의 중국화와 맞물린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장관은 홍콩 주권반환 25주년을 앞둔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적용되는 홍콩의 특성상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분열·전복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면서 “반정부 단체의 수입과 지출, 외국 세력과의 관계 등을 심도 있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정부 단체에는 종교인과 종교 단체가 포함된다.

영국성공회 주교이자 각료 출신인 조너선 에이킨 목사. 아일링턴 트리뷴 제공

영국성공회 주교이자 각료 출신인 조너선 에이킨 목사도 지난달 말 “홍콩의 종교 자유가 중국 공산당의 차기 공격 대상”이라며 “불길한 조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년 전 홍콩에 대한 엄격한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기본적 자유가 거의 해체된 상황”이라며 “특히 시진핑 정권이 종교 단체에 적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본토의 기독교인들은 현재 1960년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이후 최악의 박해에 직면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미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간섭과 위협은 시작됐다. 타쿵파오 같은 친중 매체는 교회를 공격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런가하면 한 교회는 경찰로부터 급습당한데 이어 해당교회 목사는 당국으로부터 은행 계좌가 동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발 ‘디지털 종교박해’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기독교박해 감시 기구인 오픈도어스의 영국·아일랜드 지부의 데이브 랜드럼 박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독교인들이 (디지털 기술에 의한) 감시, 검열을 비롯해 허위 정보를 통해 점점 더 많은 박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폐쇄회로(CCTV)와 스파이웨어(정보추적 프로그램),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등을 수단으로 하는데, 최근 인도와 미얀마 아프리카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발 '디지털 종교박해'가 인도와 미얀마,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 종교·신앙 자유회의를 앞두고 오픈도어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는 종교 커뮤니티에 대한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데 사용되고 있다. 일례로 인도에서는 기독교인의 군중 폭력을 조장하는가 하면 미얀마에서는 기독교인이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비난이 온라인에 퍼지기도 했다.

랜드럼 박사는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정부가 이같은 상황을 무시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디지털 관련 회사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관련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