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우상화 작업과 유훈 정치가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미디어에서는 연일 역시 아베 전 수상을 미화하기도 하고 좀 우상화하는 이러한 보도 분위기도 많이 있다”며 “아나운서들이 장례복을 입고 나와서 보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본 언론의 이 같은 보도가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피살사건으로 특히 많은 영향을 미쳤던 곳은 여야 격전지”라면서 “야당의 참패를 가져왔고, 자민당 단독으로 이번 선거에 과반수를 획득했기 때문에 이것은 절대적인 압승, 어떻게 보면 ‘아베 유훈 정치’의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엔 “죽음을 이용하려고 하는 세력들은 당연히 있다”면서 “아베 전 총리의 유훈이 살아 있고 일본 사회 내에 동정심 때문에 헌법 개정 여론이 많이 생긴다면 일본 사회의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아베 전 수상을 대체할 만한 파벌의 수장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아마 구심력은 없어질 것”이라며 “아베 강경파들이 분산되고 기시다파가 강경하게 나온다면 사회적인 분위기는 그렇게 우경화되는 쪽으로는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서 자기의 정치를 할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본 헌법 개정에 대해서 “국민 여론은 현재 헌법개정에 대한 우선순위가 30%도 되지 않는다”면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유훈이 점점 강조되면 헌법 개정에 가장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이 일본을 침략한다는 위기의식도 있다”며 “이 부분은 기시다 수상은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대일 외교 전략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자기 정치를 하게 되면 한일관계 개선의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한국에 더 강경한 노선을 가지고 오게 됐을(때라도) 우리가 꼭 낮은 자세 만으로 일본에 임하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조문 정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이러한 정치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당부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