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49년 만에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처음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1973)’ 판례를 폐기한 이후 ‘동성혼에 대한 기존 판결도 뒤집힐 수 있다’는 미국 내 여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이 “앞으로 우리는 로런스, 오버게펠을 포함한 기존 판례들의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는 보충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버게펠 판결’(2015)은 동성애자의 결혼 권리를 보장한 판결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5년 사이 미국 교회 내 성소수자(LGBTQ)에 대한 인식과 역할이 보다 수용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소수자의 교회 내 역할’에 대해 목회자의 31%가 ‘어떤 역할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2016년 조사 당시(34%)에 비해 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모든 사역을 할 수 있다’는 응답은 28%를 나타냈다.
스콧 매코넬 라이프웨이리서치 총괄디렉터는 “더 많은 목회자들이 5년 전 조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성소수자들이 교회 어딘가에서 봉사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봉사 영역에 대한 질문에서는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예배인도(2%), 교사(2%), 리더(3%) 영역은 각각 5년 만에 25% 수준으로 급증했고, 봉사 및 서비스 영역도 15%에서 44%로 응답률이 3배 증가했다. 수치상으로 성소수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봉사할 수 있다는 인식은 늘어났지만 성도들의 영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예배인도, 교사, 리더 영역에 비해 ‘봉사 및 서비스’ 영역에 쏠림이 있다는 부분은 한계점으로 드러났다.
연합감리교회(UMC) 미국침례교회(ABC) 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미국성공회(TEC) 등 진보적 성향을 띠는 메인라인(mainline) 개신교계는 복음주의 개신교계에 비해 성소수자의 교회 내 역할에 대해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인라인권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이 ‘모든 사역을 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복음주의권은 10명 중 1명(12%) 수준에 그쳤다. 반대로 ‘어떤 역할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복음주의권(41%)이 메인라인권(13%)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조사에서는 여성 목회자가 남성 목회자보다, 북동부 목회자가 남부, 서부 목회자보다 ‘성소수자의 교회 내 봉사’에 대해 더 개방적인 인식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29일까지 미국 교회 목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했으며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는 ±3.2%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