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31)·조현수(30)씨의 도피 생활을 도와준 조력자 2명 중 주범이 범인도피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위로금과 밥값 명목으로 돈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씨와 조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기소된 A씨(32)·B씨(31)의 공동변호인은 11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A씨는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B씨는 일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지난해 12월 자신의 집에서 이씨·조씨를 만난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도피자금을 조달하거나 은신처를 마련해 도피를 도운 사실은 없다. A씨가 이씨 등에게 불법 사이트와 관련한 홍보를 하도록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A씨는 지난해 12월 자택에서 위로금 명목으로 현금 100만원을 이씨에게 줬다. 이후 (도피 생활을 하던) 이씨와 만나 밥값 등으로 100만원을 지출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변호인은 B씨에 대해서는 “(은신처인 오피스텔의) 임대차 계약을 자신의 명의로 했다. 이에 관한 범인도피의 고의를 인정한다”면서도 “컴퓨터 2대와 모니터를 마련해 준 것도 사실이지만 이씨와 조씨가 불법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인천지법 형사15단독 오한승 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A씨와 B씨의 공소사실을 공개했다. A·B씨는 지난해 12월 이씨와 조씨가 살인 등의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잠적했을 당시 도피를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1일부터 4월 16일까지 이씨와 조씨에게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와 마진거래 사이트를 관리·홍보하는 일을 맡겨 수익금 1900만원을 도피자금으로 쓰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씨 등이 숨어 지낸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 컴퓨터·헤드셋·의자 등 불법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물품도 보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씨 등에게 은신처를 마련할 돈을 줬고, B씨를 통해 삼송역 오피스텔을 빌려 숨겨줬다고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의 도피 생활을 도운 또 다른 조력자 2명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 가평의 한 계곡에서 윤모(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던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