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우승자 “난 카자흐 선수”… 러시아 “우리의 승리”

입력 2022-07-10 12:29 수정 2022-07-10 12:54
카자흐스탄 국적의 엘레나 리바키나가 9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메이저 테니스대회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세계 랭킹 23위 엘레나 리바키나(23·카자흐스탄)가 메이저 대회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우승했다.

리바키나는 1999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고, 러시아인 부모를 두고 있지만 2018년 국적을 카자흐스탄으로 바꿨다. 샤밀 타르피스체프 러시아테니스협회장은 “우리가 이겼다”고 기뻐했지만, 리바키나는 “난 카자흐스탄 선수”라며 거리를 뒀다.

리바키나는 9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2위·튀니지)를 2대 1(3-6 6-2 6-2)로 꺾고 우승했다. 카자흐스탄 국적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00만 파운드(약 31억3000만원)다.

영국 주최 대회인 윔블던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이에 협력한 벨라루스의 참여를 불허했다.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리바키나는 러시아 가정에서 나고 자랐지만, 2018년 6월 카자흐스탄 국적을 취득한 선수다. 리바키나는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출전하면서 카자흐스탄테니스협회로부터 미국 대학 진학과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귀화했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엘레나 리바키나가 9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메이저 테니스대회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왼쪽)를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테니스협회는 리바키나를 사실상 자국 선수로 보고 윔블던 우승을 축하했다. 타르피스체프 회장은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바키나의 우승을 축하한다. 우리가 올해 윔블던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대(對)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인 영국의 테니스 중심부에서 자국 선수의 승전보로 자존심을 찾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리바키나는 이를 의식한 듯 우승을 확정한 뒤 러시아와 거리를 뒀다. 그는 “나는 카자흐스탄 선수다. 내가 태어난 나라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카자흐스탄인들은 나를 믿어줬고,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 대회 우승은 처음이다. 만감이 교차해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 것 같다. 코트에서도 울음을 참았다.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마음껏 울겠다”고 덧붙였다. 리바키나의 앞선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해 프랑스오픈 8강 진출이다. WTA 투어 단식에서 윔블던까지 모두 3승을 수확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