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경호 허술했나… 긴장한 대통령실, 경호 강화할 듯

입력 2022-07-09 06:57
8일(현지시간)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남성이 범행 직후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를 사망케 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3년간 장교로 복무하다 2006년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대낮에 노상에서 피습 당해 숨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자 일본 정부가 경호가 허술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은 ‘모방범죄’ 가능성을 우려해 윤석열 대통령 안전을 위한 경호·경비 강화에 나섰다.

日경찰청, 경호 부실 여부 조사… 현지서 논란
8일 지지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청은 피습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경호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일본 내부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하는 과정에서 경호가 평소보다 느슨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경호 체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 경호는 경찰청 경호국 담당이다. 일본 경찰법(警察法)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주요 국무대신을 경호하는 근거를 두고 있다. 경호 대상에는 전직 총리도 포함된다.

경호에 투입하는 인력은 경호국에 더해 보안 경찰(Security Police·SP) 소속 경찰관도 포함된다. 보안 경찰은 1975년 미키 다케오 전 총리가 괴한에 습격당한 이래 창설한 조직이다. 경호를 기존의 소극적 대응에서 탈피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위압감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건의 사전 예방이 주된 목적이다.

아베 전 총리의 피습 당시 현장에는 총기를 휴대한 전담 경호원이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P 경호원 이외에도 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함께 경호 업무에 투입됐다. 하지만 끝내 참극이 벌어지면서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경호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두고 일본 현지에서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활동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67)를 총기로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아래·41)가 범행 직후 제압당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촬영/교도 제공

일본 정부는 정면이 아닌 뒤쪽에서 총기 발사 사건이 일어난 것을 두고 경호가 적합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범행을 저지른 야마가미 데쓰야(41)는 아베 전 총리의 연설이 시작되자 약 5m 뒤에서 사제총을 두 차례 발사했다.

또 첫 번째 총알이 발사됐을 때 즉각 대응이 이뤄지지 않다가 두 번째 발사 이후 제지가 이뤄진 것을 두고도 경호가 부실하지 않았는지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첫 번째 총격 후 아베 전 총리는 연설을 멈추지 않고 총성이 울린 것을 찾는 듯 범인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후 두 번째 총성이 울리자 아베 전 총리는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대통령실, 경호체계 재점검… ‘모방범죄’ 우려
아베 전 총리의 피습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경호체계 재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현장을 자주 찾겠다며 민생 행보를 예고한 만큼 위험 요소를 미리 감안하는 차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처음 주재한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추후 여러 민생현장에서 열겠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라 경호처는 외곽 경호 등 일부 인력을 늘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는 특히 모방범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대중 접촉을 늘리면서 생길 수 있는 잠재적 위험 가능성을 줄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경호처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 행사도 많아지고 국민과의 접촉면도 넓어진 만큼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왔다”며 “이번에 일본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만큼 보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