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퀴어축제 신체 과다 노출시 내년부터 제한…현장 채증 강화”

입력 2022-07-09 06:00 수정 2022-07-09 06:00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시청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합리적 보수주의자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개인적인 신념을 고수하되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자신과 다른 의견도 전격 수용한다. 그래서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오는 16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동성애페스티벌 퀴어축제도 그렇다. 자신은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서울광장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요건에 맞으면 원칙적으로 사용하게 해주는데 마치 서울시가 동성애를 옹호해서 승인한 것으로 오해한다. 특히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퀴어축제 개최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정치인 오세훈의 개인적인 입장은 동성애 반대라는 건 분명히 공개적으로 밝혔고요. 다만 서울시장으로서 공적인 업무 집행은 규정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서, 열린광장시민위원회와 같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결론을 내리는 게 맞는 거죠.”

오 시장은 8일 서울 중구 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절차를 거쳐서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문제와 서울시가 승인한다 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라며 “서울시가 집회하는 걸 승인할 권한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옛날에 허가제였던 게 10여 년 전에 (신고제로) 바뀌었다. 누구라도 신고하면 쓸 수 있는 광장이다. 이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집회, 시위 혹은 행사 목적에 서울 광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하고 말고의 문제인 거죠. 그 점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의 전부입니다. 거기에 어떤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지 않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공익에 반할 수 있다거나 충돌이 있을 수 있죠. 상반되는 성격의 단체들이 같이 집회를 한다거나 혹은 선량한 풍속을 해할 수 있는 집회 신청인 경우에도 신고주의라고 다 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열린광장시민위원회이고 거기서 심의해서 우선순위도 조정하고 날짜도 조정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구조를 이해하시면 모든 게 다 이해가 되죠.”

현재 열린광장시민위원회는 8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서울시 공무원 당연직 위원은 2명이고 나머지는 변호사, 교수, 건축가 등 시민대표들이다. 열린광장시민위원회가 퀴어축제에 서울광장을 내주면서 붙인 조건은 두가지다. 광장 사용 기간을 6일에서 하루로 단축하고, 음란물 전시 또는 신체 과다 노출을 금지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음란물을 동원해 집회를 한다거나 신체 과다노출 현상이 벌어지는 일들이 과거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겠다 하는 원칙을 세워서 만에 하나 그런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가 있게 되면 내년 이후에는 정말 서울광장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인 퀴어축제를 취소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마스크 착용을 한다든가 철저한 방역 지침을 안내해서 지키도록 조치했다. 행사 당일날도 비위생적인 행사가 되지 않도록 현장 점검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현장에서 즉각 계도 조치를 하고 현장 채증을 통해서 추후에 광장 사용 신청이 들어오면 그때 참고자료로 쓸 것”이라고 했다.

동성애반대국민운동본부가 퀴어축제 당일 서울광장 인근 서울시의회 앞에서 맞불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충돌이 우려된다. 오 시장은 “양쪽의 행사 규모가 생각보다 커지면 분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충돌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찰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서울시에 신청한 비영리법인 설립도 민감한 문제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조직위의 비영리법인 설립을 불허했다. 이에 조직위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서울시가 최근 패소했다. 해마다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를 개최하려고 준비하는 조직위의 법인설립 허가여부에 대해 묻자 오 시장은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법인 설립 신청도 사실은 요건만 갖추면 허가를 해야 되는 게 원칙입니다. 법인 설립을 허가하고 말고 할 권한이 서울시에는 없어요. 요건만 갖추면 허가를 해드리는 게 이것도 일종의 신청주의입니다. 서울광장 사용처럼 그 내용을 보고 이런 법인는 된다, 안 된다 이게 헌법 정신에 어긋나죠. 그렇지만 서울시가 불허를 했어요. 그러니 소송에서 질 수밖에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불허가 여부 재검토 취지의 재결을 송달받았습니다. 진 거죠. 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판단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충분히 고려가 안 돼 있다고 보고 재검토는 하되 조건부 설립 허가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생각입니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지방자치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약자와의 동행은 그의 핵심 시정 철학이다. 한국교회가 공동선을 위해 힘쓰며 약자를 돌보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크리스천인 오 시장은 한국교회와 서울시 간 협력체계인 교시협의회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기독교가 약자를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해오셨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오셨고, 특히 서울시가 민선 8기에 가장 중요한 가치로,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게 약자와의 동행이고요. 이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 한국교회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 교회와 협조 체계를 구축해서 훨씬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더 많이 할 수 있다면 정말 바람직하다”며 교회 공간을 활용한 어린이집 운영, 데이케어센터, 자살 예방 살(자)·사(랑하자)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오 시장은 또 “서울런(Seoul Learn)은 취약계층에 학습 기회를 제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빈부격차의 대물림을 끊어내자는 취지의 제도인데 여기에도 교회가 도와주실 게 많다”면서 “여기에 멘토들이 있어 학생들과 멘토-멘티 관계가 형성되면서 아이들한테 학습 의욕도 (높이고) 진로, 진학 상담도 해 주는데 여기에 교회의 청년들이 참여해 준다면 굉장히 큰 재능기부도 하고 그런 달란트를 함께 모아주시는 게 이 프로그램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교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탄소중립은 민관 협조 체계가 안 되면 실현 불가능한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어저께도 제가 폐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을 입고 패션쇼에 참여했습니다. 페트병 20개에서 한벌이 나오는데 색깔도 아주 좋아요. 그런데 결국 페트병을 모아주고 폐 플라스틱을 시민들이 동참해서 모아주셔야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거기서 실을 뽑아내고 원사를 뽑아내서 그걸로 옷을 만들어서 입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교계와의 협조는 아주 아주 저희들은 두 팔 쌍수를 벌려서 환영할 일입니다.”

서울시는 예배자유를 위한 시민연대(예자연) 소속 교회 31곳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1심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최근 항소했다. 그 배경을 묻자 오 시장은 “서울시가 자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형성해야 되는 사안의 경우에는 법무부에서 소송 지침을 받아 결정을 하는데 이런 소송이 여러 군데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항소를 안 하게 되면 뒤에 있는 소송들이 다 영향을 받는다. 아마 그런 관점에서 법무부에서 전국적으로 다 통일돼서 이거는 항소를 하는 게 맞다라고 지휘가 내려온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입장에서 보면 (대면예배 금지에) 불만이 많으셨고 여러가지 피해를 보셨던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지방자치단체마다 생각이 다르다면 국가적인 통일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큰 틀에서 원칙을 세웠던 것이 서울시는 정부와 보조를 함께 하겠다. 그리고 서울시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중대본 회의에 건의를 해서 전국적인 기준을 이렇게 바꿉시다라고 제안을 하고 그게 관철이 돼서 그 원칙이 전국적인 기준으로 설정이 되면 서울시도 함께 시행을 하는 걸로 그렇게 원칙을 정했습니다.”


오 시장은 마지막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지역 개발사업으로 인해 교회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비 촉진계획 수립 시 종교 시설은 존치를 원칙으로 검토하고, 신규 택지개발 등 도시개발 사업 시에도 종교시설 용지를 계획적으로 확보하도록 돼 있다”며 “나아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지역 개발 사업 추진으로 인해 종교시설의 불편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적 보호망을 마련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부국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