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위해 매일 밥 짓는 예수참기쁨교회의 아픔은….

입력 2022-07-08 19:43 수정 2022-07-08 20:36
구성수 목사가 8일 경기도 시흥 예수참기쁨교회 앞에서 교회를 소개하고 있다.

“어서 오세요. 여기가 새 예배당입니다.”

8일 구성수(60) 예수참기쁨교회 목사가 교회를 방문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원룸촌 한쪽에 나란히 자리 잡은 주택에 둥지를 튼 교회는 ‘예수참기쁨교회’라는 간판마저 없었다면 교회라는 걸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주민들이 언제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교회의 색채를 최대한 줄였다. 600m 떨어진 곳에서 목회할 때도 교회는 공부방과 카페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사랑방을 자처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로 어려운 가운데 교회가 이전을 한 건 교인들과 그린 희망의 미래 때문이었다.

구 목사는 “이 지역은 원룸이 상당히 많은데 대부분 중국인이 살고 있다”며 “중국인 비율이 점차 늘어 현재는 80% 이상일 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원룸과 건물 청소를 하며 사는데 이분들이 우리 교회에 출석한다”면서 “교인들이 너무 고된 일을 하는 게 안타까워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 식당을 열어 이분들을 고용해 조금 편하고 안정적으로 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회를 옮겼다”며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결국, 힘든 일을 하며 박봉을 받는 교인을 돕기 위해 식당과 교회를 한 자리에서 운영할 길을 찾느라 교회 이전을 서두른 셈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함께 하기로 했던 지인들의 자금 사정이 갑자기 안 좋아지면서 새 예배당 구매 비용이 고스란히 구 목사 부부의 책임이 되고 말았다.

구성수 송옥미 목사 부부가 8일 교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부인 송옥미(58) 목사는 “원래 있던 예배당은 매각돼 비워야 했고 그사이 동역하려던 분들의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새로 이전할 예배당 구매를 위해 8억 6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고 이자 비용을 위해 지인들에게 급전 7000만원까지 빌렸다”면서 “달마다 4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는데 지인들에게 빌린 돈도 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인들에게 빌린 돈은 상환 날짜가 지났다. 미안한 마음이 커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조만간 모두 정리해야 해 막막하다”면서 “돈 생각만 하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교회에 기대 사는 교인들을 보며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십일조 생활을 한다고 했다.

구 목사 부부는 이분들을 위해 매일 밥을 짓는다. 이 교회 교인들은 으레 점심과 저녁 식사를 교회에서 한다. 교회가 빨리 안정되면 그동안 하던 아이들 공부방도 다시 열 예정이다.

구 목사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성실하게 살려는 교인들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도록 돕고자 시작한 일이 이렇게 돼 무척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모두 주님의 일이니 절망하지 않고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간순간 고민이 산처럼 밀려오지만 그럴 때마다 웃으려고 노력한다”면서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을 일이 있으면 또 함께 웃자는 목회 소신을 따라 교인들과 행복한 신앙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시흥=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