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제의 종류도 참 다양해졌죠. 세탁 세제만 하더라도 속옷 전용 세제, 울 세제, 아기용 세제 등 섬유의 특성과 용도에 맞춰 세제를 쓰곤 합니다. 섬유유연제 향도 얼마나 다양한지 각자 취향에 맞춰, 계절에 따라 바꿔가며 쓰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간혹 세제의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세제가 굳어서 버려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또 사용하던 세제의 성분이 피부와 맞지 않거나, 이사를 해야 할 때와 같이 불가피하게 세제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죠. 특히 설거지 세제, 세탁 세제, 섬유유연제 등 액체 세제류는 제조일로부터 통상 2년까지가 유통기한인데요, 유통기한이 임박한 세제를 산 경우 다 쓰지 못한 채 버려야 할 때도 더러 있습니다.
이렇게 남은 세제, 여러분은 어떻게 버리고 계신가요? 남아서 처치 곤란인 ‘액체 세제’류 어떻게 버려야 할지 [에코노트]에서 알아봤습니다.
버려야 할 세제들, 이제는 '이렇게' 버리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액체 세제류는 ‘배수구’에 부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환경부와 한국폐기물협회에 문의한 결과 버려야 할 세제의 양이 소량인 경우엔 휴지, 신문지 등에 흡수시켜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완벽한 분리배출은 여기서 끝이 아니죠. 세제가 담겨 있던 플라스틱 용기를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라벨과 비닐까지 떼어내 플라스틱류로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세제 양이 많이 남아있는 채로 버려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양의 세제를 모조리 다 휴지나 신문지에 흡수시켜야 하는 걸까요? 환경부와 한국폐기물협회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세제 통째로 뚜껑을 잘 잠근 뒤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 통째로 세제를 종량제봉투에 버리게 되면 분리배출은 따로 못 한다는 문제가 있죠.
혹시 남은 세제를 통째로 종량제봉투에 버렸다가 쓰레기 혼합배출로 적발돼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되는 건 아닐까요? 번거롭겠지만 혹여나 이런 이유로 과태료가 고지된다면 ‘소명 절차’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환경부 답변입니다. 세제 하나 버리는데 꽤 생각할 게 많은 것 같네요.
이런 문제 때문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하는 종이 쓰레기, 휴지 같은 것에 적셔서 버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세제를 통째로 버리면 일반 쓰레기와 같이 소각을 해버려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도 한 차례 쓴 채 버리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배수구에 버리면 왜 안 될까?
이쯤 돼서 궁금한 점이 생기실 것 같아요. 어차피 세제를 사용해도 물로 흘려보내게 되는데 왜 배수구에 배출하면 안 되는 걸까요?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세정제인 각종 설거지 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등은 대부분 ‘합성세제’입니다. 합성세제는 미생물에 의해 잘 분해되지 않습니다. 물속으로 통과하는 빛도 가로막아 수생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산소공급을 차단해 하천의 자정 능력을 저하합니다.
또 합성세제에 들어있는 세척 촉진제인 ‘인산염’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영양소로 작용해 적조 현상을 일으키는 등 수질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이렇게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을 배수구에 대량 방출하게 될 때는, 당연히 하수처리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배수구 역류’ 문제도 있습니다. 배수구에 세제를 버릴 때는 세제가 잘 흘러내려 갈 수 있도록 물을 틀고 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배수관에 오염 물질이 많은 경우에는 수용할 수 있는 배수량을 초과해 역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더군다나 물과 만나면 거품이 생기는 세제의 경우 역류 정도가 더 심합니다.
“가정용 세제인데 양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어”라며 배수구에 부어서 버리시는 분들 계신가요? 세제를 조그마한 뚜껑에 한 번씩 부어서 사용하는 것과 배수구에 콸콸 쏟아서 버리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다량의 세제를 한 번에 배수구에 버리면 하수처리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해주세요!
남은 세제 버리기 ‘직접 해보니’
마침 유통기한이 지난 섬유유연제가 있어 직접 버려보기로 했습니다. 섬유유연제 제조 일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구매했더니 구매한 지 몇 달 만에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네요. 배수구에 버려야 할지, 식용유처럼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할지 헷갈려서 못 버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버릴 섬유유연제는 반 이상 남아있었어요. 꽤 많은 양의 세제가 남아 있어서 종량제 봉투에 통째로 버려도 됐을 테지만,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위해 휴지에 적셔서 버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섬유유연제는 농도가 짙어서 휴지에 잘 스며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휴지를 몇 번이고 더 사용해서 흡수시켜 보려고 했지만 이대로라면 두루마리 휴지 한 통, 그 이상을 사용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남은 섬유유연제 활용법을 찾아봤습니다. 남은 섬유유연제는 분무기에 물과 함께 섞어 화장실 청소, 베란다 청소를 할 때 유용하다고 합니다. 물과 섬유유연제의 비율은 10:1이 좋다고 하네요. 또 마른걸레에 섬유유연제 소량을 묻혀 가전제품을 닦으면 정전기 방지와 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막상 버리려고 하니 또 애매한 세제류들,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이 꽤 많은 것 같으니 한 번씩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가 아니라면 중고거래나 무료나눔을 이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네요.
이렇게 세제를 직접 버려보니 버리는 방법이 마련돼 있다 한들 애매하고, 찝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째로 종량제에 버리면 플라스틱 재활용이 안 되고, 휴지 등에 흡수시켜 버리자니 흡수도 잘 안 되는 데다가 많은 양의 휴지가 필요하니까요. 결국엔 어떤 제품을 구매하든지 신중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유통기한 확인 후 구매하기, 사용 가능한 용량의 세제만 구매하기, 혹시 모를 부작용을 위해 성분을 검토해보고 구매하기. 물론 환경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제품을 덜 버리는 것이겠지만, 신중한 구매로 ‘버리게 될 것들을 덜 사는 것’이야말로 환경을 위해 내딛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요?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