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에 쓰지 마세요. 생활비로 쓰세요”… KWMA, 선교사 생활비 지원

입력 2022-07-08 16:52 수정 2022-07-08 22:32
8일 서울 종로구 소금의집에서 진행한 KWMA 위기선교사지원금 전달식에서 지원 대상인 20명의 선교사와 가족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역에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생활비로 편하게 쓰시는 겁니다.”
“후원금이 아닙니다. 사역을 다시 시작할 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상한 후원금이다. 선교단체와 교회가 선교사를 후원할 때 목적은 선교지에서 사역하는데 후원금을 사용하라는 건데 후원금을 선교사 사역에 쓰지 말라니 이해되지 않았다. 후원금인데 후원금이라 하지 않고 생활비라 했다. 그래서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도 우선순위는 재정 상태, 질병의 유무 등이었다.

지원을 받게 된 선교사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소금의집에서 진행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위기선교사지원금 전달식에서 전한 소감도 남달랐다.

대한예수교 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최종현 선교사는 “이곳에 와서야 생활비 지원이라는 걸 알았다”며 “물질의 후원에 머물지 않고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귀중한 도구가 됐다. 하나님이 저를, 우리를 책임져 주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선교사는 A국에서 미전도 종족을 대상으로 선교하다 암 진단을 받고 한국에 들어와 현재까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한때 연명치료 중단을 생각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주변의 도움과 의료진의 설득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에서 사역 중인 노화진 선교사가 8일 서울 종로구 소금의집에서 진행된 KWMA 위기선교사지원금 전달식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예장 백석 소속으로 35년간 필리핀에서 시각장애인 사역을 하고 있는 노화진 선교사는 남편인 이태길 선교사와 떨어져 살고 있다. 노 선교사가 4년 전 선교사역 보고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 홀로 선교지를 지키던 이 선교사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오른쪽이 마비돼 재활이 필요했다. 이 선교사는 치료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고 노 선교사는 필리핀에 남아 사역을 이어갔다.

노 선교사는 “주변에 부담 드리지 않으려고 연락을 끊고 어려움 가운데 묵묵히 주님과 소통하며 재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오늘 그 고통을 함께 나눠주셨고 하나님의 돌아보심과 자비하심 긍휼하심을 느낄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KWMA 이사인 김삼환 원로목사는 ‘착하고 충성된 증인’(행 1:8)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며 전달금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원로목사는 “코로나 기간 한국선교의 저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지속적인 선교를 위해 필요한 건 두 가지”라며 “사명감을 갖고 선교지로 가는 선교사, 그들을 후원하는 교회와 단체인데 둘이 선수와 감독처럼 호흡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WMA 강대흥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소금의집에서 진행한 위기선교사지원금 전달식에서 탁명길 선교사(스리랑카)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다. KWMA는 소금의집의 도움을 받아 지원대상이 된 20명의 선교사에게 2년간 매월 5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한다.

KWMA는 생활이 어려운 선교사들을 돕기 위해 지난해 12월 각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 지원이 필요한 선교사들의 서류를 받았다. 미션펀드와 선교사 자녀의 추천도 받았다. 지원 선교사를 뽑는 기준은 ‘힘들고 어려운 생계형 선교사’였다.

각 단체를 통해 선교사들의 재정 등 형편을 살폈고 선교편지나 기사 등을 통해 선교사들의 상황도 확인했다. 그렇게 러시아 피지 베트남 등 16개국, 20명의 선교팀을 선정했다. 선교사는 사역비가 아닌 생활비를 매월 20일 제출한 계좌를 통해 2년간 50만원씩 받게 된다.

KWMA 강대흥 사무총장은 “선정할 때 사역 헌금 등과 관련된 서류는 제외했다. 선교사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자는 목적에서 소금의집과 협의해 모시게 됐다”고 했다.

글·사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