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에 진입한 지 12~15개월이 지난 뒤부터 집값이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기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택 가격이 요동치는 일을 막으려면 별도의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이 8일 내놓은 ‘주택 가격에 대한 금리의 시간 가변적인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는 집값에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은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강해졌다. 금융 위기 이후부터 금리 인상 후 6개월 이내에 집값이 하락하는 등 금리-주택 가격 연관성이 뚜렷해졌다는 얘기다.
금융 위기 이후에는 금리 하락기 진입 시 집값이 즉각적으로 오른 반면 상승기에는 주택 가격이 내리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금융 위기 이후 금리 인하는 집값에 매우 탄력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금리 하락기 주택 가격 상승 영향은 12~18개월 유지됐다. 금리가 상승세로 접어든 뒤에는 12~15개월 이후부터 집값 하락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한 2012년 7월~2017년 10월 금리의 주택 시장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 문재인정부가 다양한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을 내놨음에도 시중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공급되면서 집값을 밀어올렸다.
2012년 이후 금리와 주택 가격 간 구조가 탄력적으로 바뀐 만큼 한은이 긴축 통화 정책을 이어갈 경우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2020~2021년 집값 상승기는 금리 충격이 가장 강해진 시기다. 과거에 비해 주택 구매 시 대출 의존도가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준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주택 시장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리 충격 영향을 제한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토연구원은 “통화 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금리를 조정할 때 유동성이 주택 시장에 과도하게 흘러들지 않도록 정책적인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