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유족이 8일 국정원 첩보 관련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하고,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을 추가 고발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준씨에게 ‘월북 프레임’을 씌우는 과정에서 박 전 원장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것이라면 정보를 국력이 아닌 정치 권력으로써 국정원장의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박 전 원장이 국정원에 대한 감사 권한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친밀한 점을 고려할 때,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했다면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국정원 직원에게 진술 번복 등 심리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구속 영장 청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유족 측은 서 전 장관과 이 전 본부장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밈스)에서 군사기밀 삭제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죄·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허위공문서작성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유족 측은 “서 전 장관의 개입에 따라 당시 군사 기밀이 삭제됐는지 여부와 삭제 경위가 ‘월북 조작’과 관련된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밈스의 관리책임자였던 이 전 본부장은 군사 기밀 삭제의 실행자인지 여부와 월북 조작의 공동정범인지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래진씨는 성명서에서 “막강한 정보력을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사용했다면 이런 비극적이고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검찰은 이들을 즉각 소환하여 엄벌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은 과거 정부를 단죄하는 게 아닌 국민이 위급했을 때 국가는 과연 무엇을 했느냐를 따지고 묻는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무슨 짓을 했는지 밝혀내는 것이지, 정치적 공방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고도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