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테이프, 종이완충재… 전자·IT제품 포장재에 ‘친환경 바람’

입력 2022-07-11 06:22
LG전자는 서울대공원에서 해오고 있는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가전을 포장하는 데 사용했던 종이 박스를 매년 400개씩 기부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종이 테이프, 종이 완충재, 대나무·사탕수수를 섞은 포장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세계적 추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포장재에도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상품 패키지부터 배송 상자, 테이프, 완충재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소재를 쓰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여러 포장재를 쓰는 가전·IT 업체들은 앞다퉈 친환경 소재의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제품 수리용 서비스 자재를 배송할 때 사용하는 포장재에 친환경 소재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생산공장에서 국내 서비스센터로 보내는 서비스 자재의 배송용 상자와 테이프를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 완충재(air bag)와 지퍼백(PE bag)에도 친환경 소재를 쓴다.

예를 들어 배송용 상자를 지속가능 산림 인증활동에 적용된 소재로 바꿨다. 테이프는 비닐 테이프에서 종이테이프로 전환했고, 에어백은 종이 완충재(벌집형, 구김형)를 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친환경 포장재를 모든 글로벌 서비스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26t의 탄소 배출 감축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30년생 소나무 약 3만8000여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소니 역시 지난해 6월부터 프리미엄 무선 이어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친환경 패키지를 선보였다. 소니는 라벨을 제외한 포장재의 99%를 자체 개발한 ‘오리지널 블렌드 재료’로 만들었다. 대나무·사탕수수·재활용 종이를 섞어 재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견고한 포장재를 자체 개발했다. 소니는 “약 96%에 달하던 플라스틱 사용량을 5% 미만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레노버도 노트북 패키지를 친환경 소재로 돌렸다. 100% 재활용 및 퇴비화 가능한 대나무와 사탕수수로 만든 소재로 제품을 포장 중이다.

삼성전자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적용해 제품 배송 박스 사용 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거치대로 조립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MARC는 2018년 168억 달러이었던 친환경 포장재 시장 규모가 오는 2024년 약 286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추산한다. 소비자들의 친환경 소비 인식이 높아지고, 각국 정부도 친환경 정책을 펼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일종의 가치를 소비했다고 느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들은 포장재를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서비스센터에서 수리 후 고객에게 보내는 제품의 배송상자도 친환경 소재로 대체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 배송상자는 모바일 기기 거치대로 조립해 쓸 수 있다. 배송상자가 또 다른 가전이 되는 셈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서울대공원에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의 대형 가전제품을 포장하는 데 사용한 종이상자를 매년 400개씩 기부하고 있다. 대형 가전제품을 포장했던 종이상자는 두껍고 넓다. 동물들이 놀이도구로 쓰기에 적당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설치 후 수거한 포장재들은 전문 업체를 통해서만 재활용해왔다. 앞으로는 동물원처럼 필요한 곳에 제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