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항 어선 화재 용의자 긴급체포…50대 선원

입력 2022-07-06 10:33 수정 2022-07-06 10:42

배 3척과 화재 진압 차량까지 태우고 12시간 만에 꺼진 제주 어선 화재 방화 용의자가 긴급 체포됐다.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는 4일 새벽 제주 성산항에서 발생한 어선 화재(사진)와 관련해 50대 남성 A씨를 현주선박방화 혐의로 5일 오전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해경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 주변 CCTV 영상을 확인하던 중 A씨가 불을 낸 정황을 포착했다.

CCTV 영상에 나타난 차량번호를 토대로 성산읍 일대를 탐문하던 중 5일 오전 11시45분 동남수협목욕탕 주차장에서 A씨를 붙잡았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화재 당일 새벽 3시11분쯤 본인 소유의 차를 이용해 성산항 내 선박이 계류된 항구에 도착한 뒤 오전 3시18분쯤 당시 병렬로 계류돼 있는 9척의 선박 중 가장 안쪽에 있는 첫 번째 선박의 갑판으로 올라갔다.

이후 두 번째 갑판을 지나 세 번째 계류 선박 B호(29t)로 넘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A씨는 약 50분 뒤인 오전 4시5분쯤 다시 B호 갑판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곧바로 육상으로 내려와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인 오전 4시23분쯤 B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세 차례 폭발성 불꽃과 함께 불길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해경은 A씨를 상대로 범행에 대한 경위 등을 조사하는 한편 주거지에서 당시 착용하고 있던 의복 등을 압수하고 증거 확보를 위해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다른 배의 선원으로 확인됐다.

앞서 성산항에서는 지난 4일 새벽 4시29분쯤 정박 중인 연승어선 3척(29t, 39t, 47t)에서 불이 났다.

해경은 경비함정과 연안구조정 등을 급파해 소방과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선박에 채워져 있던 기름 때문에 불이 재발화하면서 불은 화재 발생 12시간 30분만인 오후 4시59분에야 완진됐다.

당시 불이 난 어선 3척에는 경유 8만5000ℓ가 실려 있었다. 선박 소재가 불에 잘 타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진 것도 진압에 어려움을 더했다.

이 불로 선박 3척이 모두 불에 타고 진화 작업에 동원됐던 고성능화학차 1대도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경은 A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오늘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