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단독 선출 직전에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극한 대치 상황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 곳곳에 뇌관이 남아 있어 ‘불안한 휴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오전까지 거친 설전을 주고받던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본회의를 한 시간 앞두고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국회의장 단독 선출과 그로 인한 극한 대치는 양당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여당과의 합의 없이 국회의장을 선출하게 될 경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때와 같은 ‘입법 폭주’ 프레임에 갇힐 것을 우려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우리가 강행 처리하기만을 기다렸을 텐데 그 장단에 놀아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와중에 정쟁에 빠져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두려워했다. 한 중진 의원은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여론을 당 지도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단 합의 선출로 여야가 일단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사개특위 등 쟁점에 관한 견해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여서 파열음이 계속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사개특위 운영 문제를 놓고 여야가 다시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주기로 한 민주당은 사개특위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여야 동수로 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여당 의원이 맡겠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제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 얘기는 결국 연말까지인 사개특위 활동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끌겠다는 뜻”이라며 “민주당이 특위 과반을 차지하기로 한 만큼 자체적으로 특위를 운영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끝까지 사개특위 구성에 참여하지 않으면 법사위원장을 내주기로 한 제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권 원내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조건을 수용하려면 수용하고, 수용 못 하겠다면 더 이상 사개특위 구성 및 운영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고 (민주당에) 여러 차례 말했다”면서 “더 이상 의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손재호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