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공직자인 검사에게는 정해진 자기 자리가 없다”며 “임기동안 그 자리의 참된 주인(수처작주·隨處作主)이 돼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할 소명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직무대리는 4일 대검에서 열린 하반기 중간간부 전입 행사에서 “공직자인 검사는 직업인으로서의 ‘일’이 곧바로 공익과 일치하는 영예로운 ‘자리’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직’(자리)만 바라보고 ‘일’을 하게 되면 자신과 검찰, 그리고 국가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며 “‘업’(일)을 추구하여 자연스레 ‘직’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명문 구단 유니폼엔 선수 이름이 없다”는 언급도 나왔다. 이 직무대리는 “미국 프로야구 최고 명문 구단은 스타 플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유니폼에 선수의 이름을 새기지 않는 ‘NNOB(No Name On Back)’ 정책을 고수한다”며 “선수 개개인이 아니라 팀이 우선이라는 팀퍼스트(Team-First)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자리보다 일에 집중하자는 이 직무대리의 발언은 인사 이후 조직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이뤄진 검찰 인사를 놓고 법조계에선 ‘윤석열 사단’에 편향됐다는 비판과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평가가 함께 나왔었다.
이 직무대리는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검찰 내부 구성원 간의 소통, 그리고 외부기관,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먼저 일선 청에 손을 건네 맞잡고, 현장을 찾아가 의견을 구하며,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하반기 검사 인사 대상자는 모두 712명이다. 전입 인사 대상자는 241명이지만 수도권에 전입하는 기관장과 대검에 전입하는 검사 51명만 행사에 참석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