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서 女다리 훔쳐본 20대…대법 “건조물침입 무죄” 이유는

입력 2022-07-03 15:22
대법원 모습. 뉴시스

PC방에 들어가 맞은편 사람의 다리를 훔쳐본 사람을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상적 출입 방법으로 PC방에 들어갔다면 범죄를 목적으로 했어도 ‘침입’으로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연음란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26)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대전의 한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여성 피해자를 옆에 두고 바지를 벗어 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날 PC방에 들어가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숙여 맞은편에 있는 여성들의 다리를 약 40분간 훔쳐본 혐의도 적용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음란행위를 한 행위에는 공연음란죄, PC방에 들어가 다리를 훔쳐본 것에는 건조물침입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중 건조물침입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가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이 아니므로 건조물침입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A씨가 여성의 몸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간 것이어서 건물관리자가 이런 사정을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치 않았을 것이란 사정이 인정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이른바 ‘초원복집’ 판례를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 초원복집 판례에서는 도청 목적으로 식당에 출입했다면 주거침입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올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식당 주인의 허락을 받고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례를 뒤집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