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의 이해충돌방지법 관련 신고내용을 두고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실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진영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전 위원장에 대한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 간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국무조정실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달 20일 국무조정실 법무감사에게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서’를 제출했다. 한 총리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년3개월 동안 김앤장 로펌에서 근무한 내용을 신고했다.
신고 내용은 ‘국제 통상환경, 주요국 통상정책 연구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주요국 경제 변화에 따른 국내 경제정책 방향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등 두 줄로 압축됐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정유사인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한 활동도 ‘이사회 참석 상정안건 검토·분석 등’이라고만 적어냈다.
권익위 측은 해당 신고내용이 부실하다는 입장이다. 전 위원장은 이와 관련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국무총리가 부실한 자료를 냈다”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직무의 이해충돌 여부를 가리는 권익위가 국정 2인자로 정부 주요정책에 관여하는 한 총리의 이력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사적 이익 추구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총리실 측은 “한 총리가 로펌에서 특정 사건의 변호인으로 일한 것이 아니다”며 상세한 개별 사건 내용을 보고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현 정부와 전 정권 인사 간 갈등이 영향을 준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전 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이들은 임기 보장을 이유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대립 구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전 위원장과 한 위원장을 향해 “대통령의 정치 절학이나 국정과제에 동의를 안 하는 분”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정치 도의상 맞다”고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부터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