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불거진 성상납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당시 이 대표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 대표 측 법률대리인 김소연 변호사는 30일 서울구치소에서 오전 경찰 접견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2013년 7월 11일 김 대표가 이 대표와 밥을 먹으며 ‘대통령을 모실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이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연결해줄) 두 명을 거론하며 ‘힘을 써보겠다. 도와주겠다’고 답했다고 했다”면서 “알선수재죄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돕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후 김 대표로부터 성상납을 받았기 때문에 알선수재에 해당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알선수재는 직무와 관련한 일을 처리해 주도록 알선해주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는 범죄를 뜻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회사인 아이카이스트에 박 전 대통령이 방문해주기를 바랐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비대위원이었던 이 대표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 뒤 대전에서 만났다고 진술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와 카이스트 03학번 동문이지만, 서로 알게 된 것은 그 일이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 대표가 언급한 두 명과 관련해 “이 대표가 형님처럼 모시는 국회의원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업인”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의 성상납을 증명할 자료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이 대표가 대전에 왔을 때 일정표, 업소에서 결제한 카드 내역, 환불 내역 등이 있다”며 “(성상납 의혹 제보자인) 직원 장모씨도 가진 자료가 꽤 많아 제공해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진술이 너무나 구체적”이라며 “이 대표는 진중권, 신지애와 토론하는 수준으로 빠져나갈 생각을 하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 대표가 성 접대를 받은 뒤 김 대표에게 이른바 ‘박근혜 시계’를 선물했다며 “오후 조사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시계’ 언급과 관련해 “엄청나게 거짓말을 해대면서 장난을 치고 있다”며 “저는 박 전 대통령 시계를 받은 적이 없다. 구매한 적도 없고 찬 적도 없고, 따라서 누군가에게 줄 수도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김 대표는 2013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이던 이 대표에게 성접대를 하고 명절 선물 등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횡령 혐의의 별개 사건으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김 대표를 상대로 이 대표에게 성 접대를 한 사실이 있는지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구치소 내 접견조사실을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잡아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은 지난해 말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이 대표를 고발하며 불거졌다. 경찰은 이 사건을 지난 1월 검찰에서 넘겨받아 수사해왔고, 고발인인 김세의 전 기자와 강용석 변호사를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