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갈렸지만… 나달-윌리엄스, 두 전설 ‘윔블던 우정’

입력 2022-06-29 11:58
세리나 윌리엄스(가운데)와 라파엘 나달(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마주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트위터(@Yasmin Syed)

오랜만에 윔블던으로 돌아온 남녀 테니스 ‘전설’들의 희비가 갈렸다. 하지만 부상으로 ‘동병상련’을 겪은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은 서로를 향한 격려로 우정을 이어갔다.

세계랭킹 4위 나달은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프란치스코 세룬돌로(41위·아르헨티나)를 3시간33분의 혈투 끝에 3대 1(6-4 6-3 3-6 6-4)로 이기고 2회전에 진출했다. 올시즌 2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나달은 윔블던도 기분 좋게 시작했다.

나달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윔블던 코트를 밟았다. 당시 4강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게 패했다. 2020년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됐고 지난해는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고질적인 왼발 부상으로 윔블던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프랑스오픈 우승 후 치료에 전념하며 3년 만의 잔디코트에서 승리를 거뒀다.

나달은 경기 후 “프란치스코는 훌륭한 경기를 했고 매우 힘든 상대였다”며 상대를 칭찬한 뒤 “3년 만에 돌아와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매일이 시험이고 오늘도 그중 하나였다”며 “승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일 연습할 수 있고 이틀 뒤 또 한 번 경기를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반면 윌리엄스는 1년 만에 돌아온 윔블던 여자 단식 1회전에서 하모니 탄(프랑스)에게 1대 2(5-7 6-1 6-7<7-10>)로 패했다.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기권패한 뒤 1년 만에 단식으로 공식 복귀했으나 2년 연속 1회전 탈락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23회 우승하고, 윔블던에서만 우승 7회, 준우승 4회를 거뒀지만 공백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관중들은 접전을 펼친 윌리엄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윌리엄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꽤 괜찮은 플레이를 한 것 같다”며 “‘그래 세리나, 네가 원한다면 넌 할 수 있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는 8월 미국에서 열리는 US오픈에 참가하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는 “US오픈에서 첫 그랜드슬램(메이저)을 달성했기 때문에 늘 특별하다”며 “분명 더 나아지고 싶고 홈에서 경기를 하고픈 동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회가 마지막 윔블던이냐’는 질문에는 “나도 모르겠다”며 “누가 알겠나? 내가 어디서 다시 나타날지?”라고 말했다.

1차전 희비가 갈렸지만, 오랜만에 윔블던에 복귀한 두 전설은 경기 전 서로를 격려했다. 윌리엄스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대활약 중인 나달에 대해 “항상 라파엘을 응원한다”며 “올해 그가 한 모든 일들은 정말 많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나달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운동선수 중 한 명에게서 그런 말을 듣게 돼 기쁘다”며 “윌리엄스가 (코트로) 돌아오려 노력하는 건 멋진 일이다. 성취한 모든 것들과 긴 부상 이후에 컴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화답했다.

한편 여자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는 야나 페트를 2대 0(6-0 6-3)으로 완파하고 36연승을 이어갔다. 남자 세계랭킹 11위이자 8번 시드인 마테오 베레티니(이탈리아)는 코로나19 양성으로 윔블던 출전이 불발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