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문재인정부 시절 임명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관련해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한 총리는 28일 세종 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취임 1개월 기념 기자단 만찬에서 KDI 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바뀌어야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원장은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수석이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 총리는 “(홍 원장이)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 논란과 맞물려 홍 원장에게도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치안감 인사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의 거취에 관해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후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팩트 파인딩(사실 확인)을 하고, 그 기초하에 문책할 사람은 문책하고 (하는 생각을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안에 대해선 “타당하다고 본다”며 “그 엄청난 조직이 청 조직으로 굴러가는데 거기에 대한 지원, 오케스트레이션(조율)이 없는 것은 행정조직 미비”라고 지적했다.
고물가 문제와 관련해 한 총리는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져 다시 인플레가 일어나는 악순환을 일단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강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전기요금 인상도 이런 기대심리가 터를 잡지 않도록 하는 공공요금으로서의 최소한의 조치였다”며 “그런 차원에서 (국민의)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 문제에 있어 한 총리는 중국이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반발하는 데 대해 “안보에 필요하면 가는 것이지, 중국이 하라 마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는 서로에 이익이 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게 정부의 원칙이라며 “중국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행동을 한다 해서 이 원칙을 깨부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한·중 간 분업체계를 거론하며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할 가능성이 없다”면서도 만에 하나 사드 때와 같은 보복이 있을 경우 이런 원칙을 지키겠다고 역설했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 국제적인 연합체를 갖고 중국에 대응하는 게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한 총리는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계기로 사면론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표했다.
한 총리는 “법치주의에 사람을 가리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정상참작이라고 할까, 수형생활 등을 보면서 대외적 시각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고령이시고 그 형을 다 하시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