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조작설은 거짓, 다만…” 어느 선동 유튜버의 무죄 이유

입력 2022-06-28 16:03 수정 2022-06-28 16:15

사전투표 조작설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재판부는 “민주 사회에서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조작설을 유포한 행위 자체는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강경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박모(63)씨에게 최근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사전투표는 표 바꿔치기 범죄를 위한 제도, 간첩을 위한 제도”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권자들을 선동해 사전투표에 참여할 자유를 방해한 혐의로 박씨를 기소했다.

법원은 박씨의 행위가 형사 처벌 대상인지 판단하기에 앞서 그의 주장들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조사했다. 박씨는 사전투표용지의 식별번호가 무작위로 부여돼 가짜 투표용지를 끼워넣기 쉽다는 점, 보관·봉인이 부실한 ‘행낭식 투표함’의 경우 투표용지를 통째로 바꿔치기 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 등 구체적인 사유를 들어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했었다.

1·2심 재판부는 공직선거관리규칙 등을 토대로 “부정선거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의심할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며 박씨의 주장을 전부 허위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법원은 박씨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선거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관한 비판적인 발언 중 일부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해서 그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은 선거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박씨는 사전투표 조작설 유포와 더불어 시민들에게 ‘확실한 참관, 감시 수단’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를 “나름대로의 근거하에 사전투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시하고자 의견을 제시한 행위”로 봤다.

재판부는 21대 총선 이후 사전투표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투표함을 CCTV가 설치된 장소에만 둘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점을 거론했다. 박씨가 부정선거 주장을 펴기 위해 과장되고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나 결론적으로 박씨가 제시한 개선책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다소 과장되고 거친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여한다면 이는 선거제도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기하는 일 자체를 막음으로써 사회적 토론의 기회를 봉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는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선거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화·제고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