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정부) 국가안보실에서 탈북민에 대한 강제북송을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법리검토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태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에 따르면 북송에 관여하는 기관은 국정원과 통일부”라며 “국가안보실은 (북송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당시 탈북민 2명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악범이고,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시 및 승인 여부도 규명할 대상이라는 것이 태 의원의 주장이다.
태 의원은 “정 전 실장이 강제북송 결정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여부와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는지를 모두 따져봐야 한다”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국가안보실에서 결정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북송을 결정했다면 완전한 직권남용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4월 공개석상에서 “북한 주민 2명의 북송은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직접 북송을 결정한 것이며, 대통령에게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태 의원은 “이번 기회에 정의용 실장이 단독 결정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중대 사안을 대통령에게 보고도 없이 단독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태 의원은 또 정부가 ‘흉악범’이라는 것을 근거로 북송했다고 밝힌 것은 형사소송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북송 당시 탈북민 2명에게 안대를 씌우고 포승줄에 묶은 것을 두고선 불법 체포 및 구금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 탈북민을 넘겨줄 때까지 이들에게 체포영장 제시나 미란다원칙 고지 등도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국제위원장인 태 의원은 다음 달 15일 당 인권위원장인 유상범 의원과 함께 법학자, 인권전문가 등을 초청해 토론회를 연다.
이 사건과 관련해 법리검토를 한 뒤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법개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태 의원은 “법 개정 등을 통해 독립적인 국가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북한 주민의 귀순 동기를 정확히 파악해야 이번 사건처럼 정부가 자의적으로 이를 파악해 북송하는 일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 의원은 법리검토를 마친 이후에 당 차원에서 정 전 안보실장 등 정부 관계자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탈북단체들은 지난해 6월 정 전 안보실장 등을 살인방조·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나 검찰이 각하 처분을 내리면서 단체들은 검찰에 항고장을 접수한 상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