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기’ 체험을 떠난 뒤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초등학생 자녀와 부모가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한 달 가까이 행적이 묘연한 조유나(10)양의 가족이 거주하는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는 ‘법원 특별우편 송달’을 안내하는 노란 딱지가 붙어 있다.
법원 특별우편 송달은 법원집행관실에서 민사나 형사소송, 채무불이행 등과 관련한 서면을 보내는 우편물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카드사에서 (조양 어머니인 이모씨에게) 2700만~2800만원 받을 것이 있다고 지급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지난 25일 법원 집행관실 직원이 방문했다가 사람이 없어 연락 달라고 쪽지를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진행된 수사 과정에서는 일가족이 신용카드사 한 곳에만 갚아야 할 카드 대금이 2700여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가족의 카드빚이 총 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차상위 계층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컴퓨터 판매업을 했던 조양의 아버지는 지난해 7월 사업을 접고 가족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조양의 어머니 이씨도 직장을 그만두고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17일 조양이 다니는 학교 누리집에 교외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딸과 남편 조씨와 함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양이 체험학습 기간이 끝나도 등교하지 않고 가족 모두 연락이 닿지 않자 학교 측은 조양의 집을 찾았다. 당시에도 자택에는 각종 독촉장과 카드 대금 지급 명령서, 미납 고지서 등이 쌓여 있었다. 이에 학교 측은 가족이 장기간 집을 비운 것으로 보고 지난 22일 실종 신고했다.
지난 27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한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도 조양 가족의 생활고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경제적 상태도 파악해야겠지만 원래 집안에서 가장이 일을 하지 않고 몇 달 동안 집에 있다는 것 자체부터 부부 갈등이 많이 생긴다”며 “그러다 보면 경제적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여러 가지 복잡한 여건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귀농 목적이라면 정상적인 코스를 밟아야 하는데 그런 참여도 하지 않고 다른 코스로 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았겠나. 그런 염려가 많이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양이 업혀서 어디론가 향하는 CCTV가 공개되자 전문가들은 “여행객의 특성이 안 보인다”며 극단적 선택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양의 업힌 모습이 수면제 등 쉽게 깰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0일 일가족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CCTV 영상에 따르면 이씨는 축 늘어진 조양을 등에 업고 펜션을 나섰다. 조씨는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든 채로 바로 옆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후 부부는 조양을 승용차 뒷좌석에 태우고 떠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7일 중앙일보에 “현재로선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진단했다. 또 “밀항 등 해외 도주를 염두에 둘 수 있지만, 그러면 아이를 그렇게 짐짝처럼 만들어서는 어렵지 않을까. 밀항한다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상태로 도주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밀항한다는 건 빚을 많이 진 사람의 도주 가능성인데 빚을 진 본인(조씨)만 도주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조양 가족의 승용차가 신지도를 빠져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고 기동대원과 수사팀 100여명의 인력, 드론과 수색정 등을 동원해 신곡항 및 신지도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