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표류예측은 신의 영역”… 그래도 정부는 “월북” 발표

입력 2022-06-27 10:17 수정 2022-06-27 11:17
무궁화15호 고속정이 2020년 10월 소연평도 남방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한 공무원의 수색 작업을 벌이는 모습. 서해상=국회사진기자단

해양경찰청이 2020년 9월 서해 피습 공무원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을 판단한 근거 중 하나였던 표류예측시스템은 애초 신뢰도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표류예측시스템으로 이씨가 있을 정확한 위치를 가늠한다는 것은 이른바 ‘신의 영역’에 해당하며, 이런 구조 목적의 자료는 수사 자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증언이다. 그럼에도 해경은 1년여 전 이 시스템을 토대로 이씨가 표류될 곳과 실제 발견된 곳이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씨의 행적에 ‘인위적 노력’이 있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사건 당시 이씨 수색·구조를 위해 표류예측시스템을 가동했던 해경 간부 A씨는 27일 “표류예측시스템은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라서 정확하지 않다. 실종자가 어디로 흘러간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국민일보에 말했다. A씨는 “인간이 자연 현상을 계산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신의 영역’”이라고도 했다.

현재의 표류예측시스템은 수색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가동되지만, 정확한 위치 근거로 쓸 만큼의 충분한 신뢰도는 보장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A씨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웬만하면 다 찾아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못 찾는 실종자가 훨씬 많다” “제주 연안에서 실종된 이를 일본에서 발견하는 때도 있다” 등의 언급도 했다.

해경은 당시 해양조사원의 표류예측시스템에 이씨의 입수 이후 기상 상태, 조류 등의 변수를 대입해 이씨를 수색할 위치를 구했었다. 이 자료가 향후 이씨의 ‘인위적 노력’에 따른 이동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 셈인데, A씨는 “표류예측시스템은 실종자 수색 목적이지, 수사 자료로 쓰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료가 향후 해경의 수사 결과에 활용된다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시스템에 나오는 대로 수사 기능에 넘겼는데, 의견을 개진할 수도 없고 수사 결과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29일 윤성현 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표류예측결과와 실종자가 실제 발견된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었다. 해경은 1년여 뒤인 현재 당시의 월북 단정이 잘못이었다고 사과한 상태다. 1년여 사이 말이 뒤집힌 데에는 표류예측시스템의 신뢰도 한계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 내부에서는 “증거가 부족하니 수색·구조 목적의 표류예측시스템까지 가져와 발표에 활용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이 신뢰도 한계가 있는 표류예측시스템을 무리하게 수사 근거로 삼았다는 의혹은 향후 ‘월북 프레임’ 여부를 규명할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해경은 이씨 사건이 있기 2년 9개월 전까지만 해도 표류예측시스템의 신뢰도를 ‘최대 40%’로 공개했었다.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 직후인 2017년 12월, 해경 구조안전국장은 국회에서 해경의 대응이 논란이 되자 “표류예측시스템은 현재 바다에서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최대 신뢰도를 40%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