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4일 원훈을 중앙정보부 시절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교체했다.
국정원은 이날 오전 김규현 원장과 이한중 양지회장, 직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원훈석을 다시 세웠다고 밝혔다. 교체 원훈은 1961년 중정 창설 당시 제정된 것으로, 1998년까지 37년 사용됐다. 원훈석 교체도 이뤄졌는데, 이 또한 1961년 중정 시절 제작된 것을 다시 사용했다고 한다.
교체된 원훈석은 화강석 재질로, 길이 4m, 높이 1.7m, 두께 0.38m 크기로 제작됐다. 국정원은 “첫 원훈석은 1999년 교체된 뒤 23년 만에 제 자리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첫 원훈을 다시 쓰는 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문구 그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정보기관 본연 역할에 충실하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원훈석 교체 사유로 서체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국정원은 “그동안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서 신영복체 논란이 제기됐던 원훈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복원했다”며 “직원들 뜻을 모아 첫 원훈을 다시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1년 6월 변경된 직전 원훈석 서체가 정보기관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원훈 교체 관련 직원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첫 원훈을 다시 사용하자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던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직전 원훈석은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손글씨를 본떠 만든 글씨체로 쓰여졌다. 하지만 신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처벌 전력 등을 놓고 정보기관 원훈석에 적절하지 않다는 내·외부 반발이 거셌다.
국정원은 미국 CIA, 영국 MI6 등 해외 정보기관들은 그 역사와 과오와 상관없이 첫 모토를 계속 사용해 온 경우가 많은데, 국정원은 네 차례나 원훈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원훈 교체는 다섯 번째 변경 사례에 해당한다. 원훈은 김대중 정부에서 ‘정보는 국력이다’로,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변경됐다. 박근혜 정부에선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로 바뀌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