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교폭력 가해자라도 왕복 3시간 거리 학교 전학은 인권침해”

입력 2022-06-24 13:46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라는 이유로 왕복 3시간 거리에 위치한 학교에 전학 보내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진정이 제기된 부산시의 한 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피해자의 학교를 재배정하고, 피해 학생 보호 및 가해 학생 선도교육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진정을 낸 학부모는 중학생인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왕복 3시간이 걸리는 학교에 배정해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가해 학생의 생활 반경이 매우 넓고, 여러 차례 비행을 일으킨 바 있어 강제 전학 조치가 이뤄지기 전부터 이미 경찰서에서 관리 중이었다”며 “피해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선도와 재적응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진정인의 자녀는 지난해 피해 학생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는 등 가해행위를 해 강제 전학 조치 내려졌다. 이 행위로 인해 피해 학생은 다른 곳을 이사한 뒤에도 학교생활에 대한 공포를 이유로 현재까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분리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등교에 왕복 3시간이 소요되는 학교로 전학 조치한 것으로 인해 성장기인 진정인 자녀의 건강권과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학교 재배정 및 관련 지침 개정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행정적 문제와 선도 목적 등을 고려했다 해도, 전학 결정 시 아동 최선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며 “과도한 등하교 시간으로 인해 학생의 행동자유권, 건강권과 학습권을 제약할 수 있는 원거리 학교로의 배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