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당권 나오지 말라”… 이재명 “108번뇌 중”

입력 2022-06-24 09:14
홍영표(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의원. 국민일보, 연합뉴스

친문(친문재인)계 당권 주자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당 워크숍에서 이재명 의원을 향해 ‘당권 불출마’를 직접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관련해 고심 중인 이 의원은 주위에 “108번뇌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친문계나 재선의원들 중심을 이 고문 불출마론이 계속 제기돼 왔지만, 이번에는 친문계 핵심이자 당권 경쟁자로 꼽히는 홍 의원이 이 고문의 면전에서 불출마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 고문이 느끼는 압박도 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둔 23∼24일 충남 예산군의 한 리조트에서 ‘새롭게, 민주당’이란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초선, 재선, 더좋은미래(더미래) 등 당내 여러 모임의 의원 155명(전체 17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추첨으로 조를 뽑아 10명씩 비공개 토론을 진행했고 이 고문과 홍영표 의원은 같은 14조에 배정됐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4조에 배정된 대다수 의원은 이 의원에게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의원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이 고문과 마주 앉아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직접 얘기했다고 한다. 그는 “당의 단결과 통합이 중요한데 당신이 나오면 이것이 깨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여러 의원에게서 불출마 요구가 잇따르자 “고민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은 워크숍에 앞서 일부 의원들에게 전대 출마 여부를 두고 “108번뇌를 하고 있다”며 속앓이 중인 점을 드러냈다고 한다. 워크숍 자리에서도 같은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조에는 친문·친이낙연계의 이장섭·박광온·어기구·허영·홍성국 의원, 비이재명 성향으로 분류되는 고용진·송갑석 의원, 처럼회 소속 김의겸 의원이 자리했다. 이들 10명은 함께 ‘소맥’을 마시며 저녁 8시부터 밤 11시 조금 넘어서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의원은 전날 워크숍에 20분쯤 늦게 도착했다. 왜 늦었느냐는 물음에 이 의원은 “역시 초선(初選)의 초행길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설훈 의원은 워크숍 첫날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안 된다”며 이 의원의 ‘당대표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다른 의원들은 이 의원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고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전당대회에 나오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