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대 ‘패싱’…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 통과 후 셀프신고

입력 2022-06-24 05:13
원숭이두창 국내 의심 환자 1명이 방역 당국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설치된 TV에 질병관리청의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의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가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공항 검역대를 통과한 뒤 스스로 의심 신고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증상자라도 직접 신고하기 전에는 검역을 통해 걸러내기 어려운 방역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확진자 A씨는 독일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지난 21일 검역대를 통과한 후 공항 로비에서 전화로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를 했다. A씨는 검역 과정에서는 의심 증상을 밝히지 않았다.

역학조사 결과 A씨는 입국 당시 37.0도의 미열과 인후통, 무력증(허약감), 피로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병적 작용에 의해 피부 세포나 조직에 일어나는 변화)의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증상자였지만 제지 없이 공항 검역대를 빠져나온 것이다.

같은 날 입국해 의사환자(의심자)로 분류됐다가 원숭이두창 음성 판정을 받은 외국인 B씨 사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입국 당시 건강상태질문서에 ‘증상없음’으로 적었고, 검역장을 빠져나온 다음날이 돼서야 격리됐다. B씨는 최종 수두 판정을 받았다.

B씨는 격리 뒤 역학조사 단계에서 지난 19일부터 인후통, 림프절병증 등 전신 증상과 수포성 피부병변 증상이 발생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역대에서 입국자 발열 검사를 하지만, 검사 기준 이상의 발열이 없어 공항을 빠져 나와 그대로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었던 경우다.

앞서 방역 당국은 22일 확진자 발생 후 브리핑을 통해 출입국자 대상 SMS 문자와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 활용 안내를 강화해 입국자들의 건강상태질문서 자진 신고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언급되자 “과도한 긴장이나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며 침착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무증상 입국자에 의해 원숭이두창이 지역사회로 퍼졌을 가능성을 묻자 “비말 등이 주된 감염 경로인 코로나19와는 달리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경우가 아닌 국내 일반 인구에서의 전파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잠복기 중 입국하거나 검역단계에서는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향후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환자가 나올 수도 있다”며 “국내에 입국한 의심환자를 놓치지 않고 진단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환자는 인천의료원에서 치료 중이다. 질병청은 “원숭이두창 확진 환자는 지침상 시도 지정입원치료병상에서 치료를 받는데, 초기 확진 환자의 경우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하기로 했다”며 “다만 첫 확진자는 입국 즉시 지정입원치료병상인 인천의료원으로 옮겨졌고, 이동 최소화 등을 고려해 처음 배정된 병상에서 지속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애초 확인된 이 확진자의 접촉자는 49명이다. 이날까지 추가 파악된 접촉자는 없다. 고위험 접촉자는 없는 가운데, 중위험 접촉자 8명, 저위험 접촉자 41명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