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나오지마” 면전 경고에…이재명 “의견없다” 입 꾹

입력 2022-06-24 04:2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열린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또 한번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불출마론이 터져 나왔다. 일부 의원들이 “이회창과 황교안의 길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비판을 가하자, 이 의원은 “선배 의원님들의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는 초선, 재선, 더좋은미래(더미래) 등 당내 여러 모임의 의원 155명(전체 170명)이 참석했다. 워크숍 슬로건은 ‘새롭게, 민주당’이었으나, 사실상 이 의원 출마를 둘러싼 찬반 격론장이 됐다.

이날 지각을 한 이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토론을 시작한 뒤 워크숍 장소에 도착했다. 왜 늦었느냐는 물음에 이 의원은 “역시 초선(初選)의 초행길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미래 대표로 나선 송갑석 의원은 “이재명 의원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며 “이회창의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은 황교안의 실패 사례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자 불출마’를 강력 주장해 온 재선의원 그룹도 이 의원의 불출마를 재차 주장했다. 앞서 재선의원 48명 중 34명이 전날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재선그룹의 정춘숙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평가는 물론 후보자에 대한 평가까지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약 모색을 위한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 연합뉴스

초선 모임 ‘더민초’를 대표한 오기형 의원은 “특정 인물에 대한 책임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과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이재명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문제가 선거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동시에 전했다.

자유토론에선 ‘이재명 당대표 불가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전날 이 의원을 사무실로 찾아가 독대했던 설훈 의원이 발언을 자청해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안 된다”며 포문을 열었다. 다만 설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이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전당대회에 나오면 안 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모두가 선배 의원이기 때문에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며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의원 포함 당원과 국민 의견을 낮은 자세로 열심히 듣는 중”이라고 밝혔다. 친문(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는 “제일 큰 책임은 후보인 저한테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토론장에서도 “초선 의원으로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의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남겼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