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여야 하는 구간이 어딘지 도통 헷갈렸는데 참 좋네요! 표지판과 기둥 색깔만 바꿨을 뿐인데...”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중흥 3구역 재개발사업 구간 내 도로.
승용차를 운전해 출퇴근하는 한희정(45·여)씨는 “어린이보호구역을 무심코 지났다가 이따금 과태료를 물때 무척 억울했다”며 “노란색이 눈에 금방 띄니 안심이 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시속 30㎞ 구간인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시점·종점에 노란색 표지판이 달린 표시 기둥을 설치해 호응을 얻고 있다.
도심 평균 주행속도인 50㎞ 안팎의 속도로 어린이보호구역을 그대로 통과했다가 난데없이 과태료 통지서를 받는 ‘불쾌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올 들어 광주경찰청, 5개 자치구와 협의를 거쳐 기존 신호등 지주 등과 다를 바 없는 회색 또는 백색 어린이보호구역 표시판·지주 색깔을 노란색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식별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잇따라 제기된 데 따른 개선방안이다.
시는 지난달 중흥 3구역 재개발사업지 내 어린이보호구역 200m 구간에 시범적으로 노란색 표지판이 걸린 철제 기둥을 처음으로 세워 장·단점을 분석한 결과 공익적 가치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란색 표시 기둥 설치 이후 운전자들은 먼 거리에서도 집중 단속이 이뤄지는 어린이보호구역 시점과 종점을 쉽게 알아보고 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반기고 있다.
상당수 운전자는 “그동안 도로 바닥에 그려진 시작과 해제 지점 표시만으로 해당 구간을 구분하기 쉽지 않았고 그마저 색이 바랜 곳도 많았다”며 “노란색 기둥을 보고 속도를 미리 줄이면 사고도 줄고 과태료도 내지 않게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는 향후 신규도로를 개설하거나 노후·파손된 지주를 교체할 때는 주변 교통여건을 고려해 어린이 보호를 위한 노란색 지주를 최대한 우선적으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고려해 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에 제도 개선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2020년 3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교통약자 보호구역으로 분류된 어린이보호구역, 일명 스쿨존은 속도위반과 주정차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 보호를 위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출입문 반경 300m 이내 구역에 설치된 이곳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 제한 속도 30㎞를 지켜 운행해야 한다.
승용차 기준 시속 20㎞ 이하 초과할 경우 과태료 6만원과 벌점 15점, 20~40㎞ 이하 속도위반은 과태료 9만원과 벌점 30점이 각각 부과된다. 주정차 위반 때는 12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어린이보호의무위반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해 어린이가 상해를 입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3000만원 이하 벌금, 사망사고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받게 된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과속차량에 대한 단속·처벌이 강화됐지만 시·종점 인식이 어렵다는 여론이 많았다”며 “시속 30㎞ 이하 안전운전으로 미래의 기둥인 어린이를 적극 보호하는 교통문화가 자리매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