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이 제기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를 진행하면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가 3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하자, 이양희 위원장은 “거부한 적 없다”며 맞섰다. 회의록 작성 여부를 두고도 맞부딪쳤다.
윤리위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5시간 가까이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윤리위원 9명 가운데 8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진행되는 동안 100m 정도 떨어진 같은 국회 본관 건물 2층의 당대표실에서 기다리며 상황을 주시했다.
회의 참석·회의록 작성 두고 '설전'
윤리위와 이 대표는 회의 참석 여부와 회의록 작성 등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리위 회의가 종료된 직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오늘 윤리위에 출석해 제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했고, 계속 대기했지만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길어지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윤리위가 자신에 대한 징계 심의를 다음 달 7일 회의에서 이어가기로 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에 “거절한 적이 전혀 없다”며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다 주기로 저희는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 위원장 발언에 대해 “뭔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실소하면서 “방금도 (윤리위) 안에다가 당무감사실을 통해 참석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3번이나 참석 의지를 말했다”고 강조했다.
애초 회의 공개를 요구했던 이 대표 측은 회의 초반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윤리위가 회의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일방적인 징계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윤리위가 당무감사실 소관이라 당무감사실장 및 직원들 입회하에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윤리위원들이 직원들보고 나가라고 하고 자기들끼리 회의를 진행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 대표 측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직원들이 다 지금 작성하고 있다”고 맞섰다.
기자회견서 “이준석 측근이 회유 시도” 주장
같은 날 저녁 7시쯤 국회 본청 후문에서는 이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성상납 의혹 연루자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 법률대리인 김소연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측이 김 대표를 회유·협박했다고 주장했다.김 변호사는 “이 대표 측근을 자처하는 이들이 김 대표 주변인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수사에 협조하지 말라고 회유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 측이 구속 수감 중인 김 대표 측에)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정치인을 도와주면 가석방에 힘을 써주겠다고 했다. 수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성 상납 자체를 모른다는 서신을 써주면 윤리위에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 징계가 나오지 않으면 김 대표가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회유 증거나 회유·협박을 시도한 인사들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