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년 역사 고양 밀양박씨 ‘추원재’ 재개발 철거 위기

입력 2022-06-22 21:36
‘추원재 철거 결사반대’ 펼침막이 내걸린 경기 고양시 추원재 대화문.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 제공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밀양박씨 규정공파의 두응촌 묘역 재실인 ‘추원재’가 주택재개발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다.

650년 역사를 지닌 추원재가 고양시 주택재개발사업지에 편입돼 철거 위기에 놓이자 약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전국 밀양박씨 규정공파 후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 등에 따르면 ‘추원재’는 밀양박씨 규정공파의 선조들을 모시는 재실(齋室)이다. 추원재는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국가적 변란때 소실됐던 재실을 1934년 창건했고, 이후 한국전쟁때 다시 전소됐으나 1956년 복원했다. 1987년 4290㎡ 규모로 본채(추원재)와 동재(양덕당), 서재(신의당), 솟을대문(대화문)을 지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곳에는 1370년 조성된 고려 전법판서 겸 상장군을 지낸 박사경 묘를 비롯해 조선 중기 6조 판서와 양관(홍문관·예문관) 대제학을 지낸 낙촌공 박충원(1507~1581), 영의정을 지낸 숙민공 박승종(1562~1623)의 묘 등 3개 묘역에 56기의 묘가 조성돼 있다.

특히 박충원 묘역은 1989년 고양시 향토유적 26호로 등록됐으며, 묘에서 출토된 ‘박충원 백자청화묘지’ 8점은 2018년 경기도 유형문화재 318호로 등록돼 경기도박물관에 보관·전시 중이다.

그러나 고양시가 추원재와 주변 소파 재실 등 약 9900㎡를 원당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에 포함시켜 지난해 8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고시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원당1구역 재개발사업은 덕양구 주교동 일원 12만385.8㎡에 26~35층 아파트 17개동 2600여 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 쪽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주를 완료한 뒤 내년에 철거를 마치고 2024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 추원재가 고양시의 ‘원당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부지에 포함돼 철거 위기를 맞자 지난 4월 21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철거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박성훈 대종회장과 임원 7명은 지난 21일 오전 고양시청을 방문해 35개 소파 1만7000여 명이 서명한 ‘추원재 철거 결사 반대’ 1차 서명부를 고양시에 전달하고, “고양시 향토유적 26호와 경기도 유형문화재 318호로 등록된 문화재 유산을 지키고 있는 추원재 철거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박성훈 대종회장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두응촌 묘역의 상징인 추원재를 지방문화재로 널리 알리고 자랑거리로 보존해야 함에도 고양시가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훼철 결정을 내려 참담하고 개탄스럽다”며 “시장 당선인께서 전 집행부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고양시 관계자는 “이미 행정절차가 많이 진행돼 보존이 어려운 상태”라며 “안타깝지만 대체부지를 조성해 추원재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