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사건’ 결국 檢으로… 문 전 대통령 조사 가능성도

입력 2022-06-22 18:42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유가족 측 변호인 김기윤 변호사. 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서해상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이 이씨에게 ‘월북 프레임’을 씌운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고 검찰에 정식 고발장을 냈다.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1년여 전의 발표를 철회하고 당시 청와대 ‘답변 지침’이 있었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이번 고발은 문재인정부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월북 조작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대형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법조계는 검찰이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관련자 진술 여하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씨 유족은 2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건은 곧장 공공수사1부로 배당됐다. 이씨의 표류가 월북으로 알려지는 과정에 이들의 지침이 있었으며 이는 반인륜 반국가적 행위라는 것이 고발의 골자다. 국방부는 사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침이 하달됐다고 밝혔었다. 당시 해경의 수사결과 발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침을 따른 의혹이 있다고 유족들은 주장한다.

검찰은 과거 정부가 이씨의 월북 의사를 얼마나 충분한 근거로 판단했는지, 근거가 부족함에도 함부로 월북을 발표해 명예를 훼손했는지, 월북을 언급하게 한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방부와 해경의 발표, 유족의 기자회견이 지난주부터 이어지자 고발 시 직접 수사 여부를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의 정보공개 청구 소송 결과 이씨의 자진 월북과 반대되는 증거들이 사건 초기 묵살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고, 이는 수사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해경청에서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수사로 복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대목은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에 함께 승선했던 이씨 동료들의 진술 묵살 경위다. 동료들은 이씨가 평소 바다에 들어가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고 말해 왔으며, 그런 이씨가 방수복을 입지 않은 채 실종됐다고 진술했었다. 하지만 당시 해경은 방수복이나 저체온증 진술보다는 그의 도박과 채무 상태에 초점을 맞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팩트’를 일부러 묵살한 사실이 있는지 해경과 국방부 실무자들부터 순차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경이 사건 직후 무궁화10호에서 사라진 물품 확인을 요청했고, 사라진 물품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점도 ‘월북 프레임’ 의혹을 키운다. 해경의 2020년 9월 23일 내사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실종자가 월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씨가 구명조끼, 휀다(펜더) 등을 가지고 해상에 빠졌는지 확인 요청했었다. 유족 측은 당시 승조원 중 1명이 해경으로부터 “구명조끼 한 장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하라”는 진술 회유를 당한 정황마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이씨 표류가 월북으로 발표된 연결고리로까지 뻗어갈 수 있다고 법조계는 관측했다. 유족은 ‘월북 프레임’이 국가의 이씨 구조 실패 책임을 덮으려는 것이었으며, 문 전 대통령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국가의 기본 의무는 국민의 보호이며,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응이 문제가 됐듯 이번 사건에서도 대통령이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생명이 무참히 살해되고 화장됐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밝혀줘야 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