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른바 ‘50억 클럽’ 관련 발언에 대해 “허언이었다”며 사과했다.
김씨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상도 전 국회의원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 역시 같은 재판의 피고인이나 변론을 분리해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김씨는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등장하는 ‘50억 클럽’ 발언의 의미를 묻는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의 질문에 “사회적으로 권력 있는 분들을 팔아서 얘기한 측면이 있어 죄송하다”고 답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곽 전 의원을 포함해 전직 대법관, 전직 검찰총장 등 고위 법조인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에게 각각 50억원씩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다.
김씨는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화천대유 직원들 인센티브를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허언이었다”며 “이들에게 공동 경비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한 핑계를 대는 차원에서 유력자들의 이름을 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최근 법정에서 정 회계사 녹취록에 등장하는 자신의 발언들을 전부 허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0억 클럽’ 발언에 등장하는 고관대작들의 이름은 동업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허언이고, 대장동 사업 초기 곽 전 의원이 대학 동문인 하나은행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화천대유가 꾸린 컨소시엄에 남도록 힘을 써줬다는 발언은 농담이었다는 입장이다. 대장동 사건 기소의 결정적 증거인 정 회계사 녹취록의 신빙성을 깨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직전 공판이 열린 지난 15일 김씨가 거듭 “허언이었다”고 진술하자 검찰은 “허언이 되게 디테일하다”며 비꼬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