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훈 해경청장 “피격 공무원 수사 오해 대국민사과”

입력 2022-06-22 17:22 수정 2022-06-22 17:36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한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팀과 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은 22일 오후 5시쯤 해경청사 1층 로비에서 피격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한 수사와 관련한 오해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해경청은 이날 오전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의 요구에 따라 직접 사과에 나섰다. 해경청장 기자회견은 공지 20분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해경의 자발적인 사과가 아니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 떠밀려 마지못해 이뤄진 사과여서 대국민 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 청장은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유족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경의 수사 발표로 혼선을 일으키고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청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TF 위원들은 “이번 사건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월북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며 해경을 강하게 비판했고, 정 청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 청장은 1년 9개월 전 중간수사 발표 때와는 다른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사건 초기 국방부 입장과 해경 자체적으로 확인한 증거에 따라 월북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해경의 수사결과가 아니라 국방부의 의견에 따른 중간수사결과 발표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지난해 6월 국방부에 수사상 필요한 특수정보(SI)를 요청했으나 국방부 측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사실상 월북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 청장은 또 “월북의 고의는 엄격하게 입증해야 해서 (기존 증거 자료는) 월북의 근거로 볼 수 없다는 게 수사심의위원회의 중론이었다”며 “최초 월북 혐의에 관한 증거확보가 불가능하고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의 소송 실익 등을 종합해 이번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법적 잣대로 판단해주길 당부드리고 유가족께도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경 직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동요하지 말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기본 업무에 충실하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전문기관을 동원해 분석한 해상 표류 예측 결과 등이 주요 근거였다. 해경은 또 이씨가 사망하기 전 자주 도박을 했고 채무도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월북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해경은 1년 9개월만인 16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