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비판 대자보’ 벌금형 받은 20대, 항소심서 ‘무죄’

입력 2022-06-22 14:51
국민일보 DB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 건물 내에 붙여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2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이경희)는 19일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27)씨에게 1심에서 선고된 벌금형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 이유로 주장했던 검사의 기소권 남용에 대해서는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다만 피고인이 일정 시간대 이후 시정된 곳을 들어가서 대자보를 붙이는 과정에서 어떤 평화를 해치는 방법으로 침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자보의 내용 적절성은 차치하고 피고인의 행동이 실질적인 평화를 해쳤다고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2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 건물 내부 등 4곳에 문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A씨가 붙인 대자보. 신전대협 제공

대자보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과 함께 “나(시 주석)의 충견 문재앙(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연동형 비례제를 통과시키고 총선에서 승리한 후 미군을 철수시켜 완벽한 중국의 식민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것”이라는 글이 적혔다. 또 문 전 대통령이 시 주석 앞에 굴복하는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함께 담겼다.

천안 동남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해 보수 성향의 신 전국대학생협의회 회원 A씨를 체포했다. 단국대 측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감안해야 한다”며 “A씨가 우리 의사에 반해 불법으로 침입한 사실이 없는 만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2019년 12월 A씨에게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 약식 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지난 2020년 6월 23일 1심 재판부는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선고 뒤 A씨는 변호사를 통해 “학교에서 처벌을 원치 않아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데, 건조물 침입죄를 적용한 것은 대통령을 비판한 괘씸죄를 끝까지 묻겠다는 것”이라며 항소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