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누리호’의 꿈… 위성 넘어 달 착륙선 보낸다

입력 2022-06-22 00:03 수정 2022-06-22 00:03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해 말 한국형 달 궤도선을 대형 열진공챔버에 집어 넣는 환경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달 궤도선이 우주 환경이 재현되는 열진공챔버에서 제대로 기능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항우연 제공

독자 기술로 만든 누리호(KSLV-Ⅱ)로 21일 위성 궤도 진입을 성공시킨 한국 우주개발의 다음 목표는 한국 기술로 달 착륙에 성공하는 것이다.

우선 오는 8월 한국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이 미국 발사체에 실려 날아간다. 향후 ‘포스트 누리호’인 차세대 로켓(KSLV-Ⅲ)을 발사해 2031년 달 착륙선을 독자 기술로 보내는 게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주 내용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더 발사해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반복 발사를 통해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성공적으로 이전이 진행되면 한국에서도 미국 스페이스X처럼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누리호의 성공으로 한국은 자력으로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입증한 전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다음 과제는 달 궤도선 탐사에 이어 누리호 성능을 넘어서는 차세대 발사체를 통해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우선 오는 8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가 미국 스페이스X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다. 이는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30년 만이다.

다누리는 한국이 처음으로 달 궤도 탐사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개발한 궤도선이 최초로 지구 위성 궤도를 넘어 달로 향하는 것이다.

다누리는 달까지 가는 4개월간 고해상도카메라로 금성, 목성 등 천체를 촬영한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지점(지구와 150만㎞ 거리)까지 날아간다. 이후 다시 달의 중력에 이끌려 오는 12월 16일 달 고도 100㎞ 궤도에 진입한다. 달을 향해 곧바로 날아가는 방식보다 연료 소모량이 절약된다.

달 궤도에 진입한 다누리는 2030년 이후로 계획된 한국형 무인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물색하는 임무 등을 맡는다.

국민일보DB

현재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는 구소련, 미국, 중국이다. 달 궤도선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일본, 유럽연합, 인도다. 한국이 달 궤도선 탐사에 성공하면 전 세계 7번째가 된다.

다누리가 스페이스X 로켓에 실리는 이유는 아직 한국이 달까지 탐사선을 보낼 만한 발사체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까지 탐사선을 보내려면 누리호보다 추력이 강한 로켓이 필요하다.

현재 2030년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로 달 착륙 검증선을 발사하고, 2031년 달착륙선을 발사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바탕으로 기초 단계 연구가 진행 중이다.

본격적으로 한국형 후속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이 진행되려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항공우주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결국 탄탄한 예산 지원과 꾸준한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산업은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5년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고 2028년 달 유인기지를 만드는 ‘아르테미스 플랜’을 추진 중이다. 한국 등 10여국이 아르테미스 플랜에 참여하고 있다. 누리호 개발 성공과 달 탐사 도전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우주개발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발사체 개발 사업에 대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며 “우주 강국을 향한 담대한 여정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