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이 소집한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경찰청장 용퇴론’이 언급되는 등 지휘부 책임론이 거론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논의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취지에서 을사오적에 비춰 ‘경찰오적(五賊)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성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21일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강도 높은 경찰 통제안이 담긴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자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는 오후 2시 30분부터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전국 시도경찰청장을 비롯한 부속기관장들이 발언자로 참석했다. 총경급 간부들은 발언 대신 시청 형태로 참석이 가능했다. 경찰 지휘부는 이날 회의를 통해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회의에서는 현 상황을 초래한 지휘부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가 쏟아졌다. 한 간부는 경찰청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김 청장을 향해 ‘경찰청장 용퇴론’을 언급했다. 앞서 경찰 내부게시판에서도 일선 경찰을 중심으로 “청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반대로 “청장이 용퇴하면 현실적으로 조직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 “용퇴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경찰청장 용퇴론에 대해서 김 청장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지휘부를 향해 을사오적에 빗댄 ‘경찰 오적’이라는 표현도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경찰 오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표현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도 꼼꼼히 검토됐다. 2시간 넘게 난상 토론을 벌인 경찰 지휘부는 의견문을 통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관리·운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문위의 기본 전제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경찰을 둘러싼 그간의 역사적 교훈과 현행 경찰법 정신에 비춰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 자격으로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발언한 뒤 입장문과 같은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