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상을 떠난 고 김지하 시인을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린다.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는 21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시인의 49재를 맞아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대교당에서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부영 추모문화제추진위원장은 “장례식이 가족장으로 치러졌는데 이번 문화제는 사회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고인을 보내는 애도의 마음을 나누고, 응어리 진 마음을 풀고, 그에 대한 평가를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추모문화제에서는 이부영 위원장과 함세웅 신부, 철학자 김용옥 등이 고인의 민주화운동을 회고하고 소설가 황석영, 문학평론가 염무웅, 시인 김형수 등이 그의 문학을 얘기한다. 환경운동가 정성헌과 최열은 고인의 생명운동에 대해, 판화가 김봉준과 춤평론가 채희완은 문화운동에 대해 조명한다.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김지하의 그림과 글씨를 소개한다. 또 김지하의 시가 낭송되고, 그의 시로 만든 노래 ‘금관의 예수’ ‘타는 목마름으로’ ‘빈 산’ 등이 공연된다. 1999년에 쓴 고인의 미발표 시 8편도 공개된다.
문화제에는 김지하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올해 85세의 미야타 마리에 여사도 참석한다. 그는 김지하의 시 ‘오적’을 자신이 편집인으로 있던 일본 월간지에 게재했고, 김지하가 수감됐을 때 일본 지식인들은 물론 사르트르, 마르쿠제, 촘스키 등 석학들의 서명을 받아 국제적 구명운동을 일으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논란이 됐던 김지하의 1991년 칼럼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유홍준 이사장은 “김지하가 우리 역사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할 때 말년에 있었던 병리적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떠나보내는 건 맞지 않다”면서 “김지하의 공과를 따지자면 공구과일(공이 아홉에 과가 하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1960년대부터 고인과 친구로 지내왔다는 이부영 위원장도 “김 시인의 사고는 당시에 이미 환경이나 생명에 가있었다. 이념이나 진영을 위해 젊은이들이 생명을 던져버리는 것을 못 견뎌했다”면서 “이한열 군 장례식장에서 문익환 목사께서 희생당한 많은 열사들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김 시인이 91년도에 젊은이들이 분신자살하고 떨어져 죽는 것에 대해서 문 목사와 똑같은 심정으로 말했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지난달 8일 81세를 일기로 자택에서 별세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